이덕훈 신임 수출입은행장을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보은성 코드인사 덕에 행장이 됐지만 나흘째 사무실 출근도 못하고 있다. 어제도 낙하산 행장에 반대하는 노조의 저지에 밀려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낙하산이 무슨 죄냐’는 취지의 발언으로 주변을 아연실색게 했다. 최근에는 친박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개인의 자질 문제를 떠나 명색이 국책은행장으로서 할 소리인가.
이 행장은 보은성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다. 박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으로 일찌감치 시중 금융기관장 내정설이 나돌았다. 박 대통령의 경제멘토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함께 서강대 경제 인맥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은 21년 만에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의 그늘에서 벗어났지만 그 자리를 청와대 낙하산이 꿰찬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낙하산 논란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지겨울 정도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4년 2월26일 (출처 :경향DB)
이 행장의 요즘 발언은 더 가관이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존경’ ‘사랑’ 운운해 구설수에 오르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감정을 말했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청와대가 이 행장 임명 과정에 최소한의 인사 검증을 거쳤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또 노조가 보은 인사를 문제 삼자 “노조의 역할은 직원 복지를 거론해야지 친박이라든지 이런 게 노조가 문제 삼을 만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 나라의 수출입금융을 책임진 국책은행장이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얘기들이다.
코드 인사를 떠나 이 행장 선임은 상식 밖이다. 국책은행장은 응당 정부와의 정책조율이 중요한 자리다. 그렇다고 정부 시키는 대로 할 뿐 정책금융기관의 독립성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격 미달이다. 그럴 바에야 행장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 행장에게는 오직 박 대통령만 있을 뿐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가. 인사권자도 중요하지만 공직자는 무릇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은행 예산과 행장 월급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친박이라면 친박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 행장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충성심이 아니라 박 대통령을 욕보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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