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경제정책의 주된 과제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제시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양극화와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개혁 대상이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임금을 깎고 해고도 쉽게 할 수 있게 하자는
재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그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제기된 ‘정규직 과보호’ 논란을 대통령이 나서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그러나 이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고용불안정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쥐어짜 경제 회생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발상이어서
걱정된다. 대통령마저 노동자를 노사의 중요한 한 축이 아니라 경제의 ‘적폐’로 보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나아가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과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경제팀의 장담을 불과 몇 달 만에 뒤집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는
더 심각한 문제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은 일차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몫이다. 따라서 저성장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는 당연히 해소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노동 현안이다. 또한 정규직 임금을 낮춰
비정규직을 더 많이 고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하향평준화일 뿐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순 없다. 나아가 대통령의
말대로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가 종종 노·사 및 노·노 갈등을 일으킨 적이 있지만 사회 통합을 가로막을 수준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4년 11월27일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의 모델로 꼽은 독일의 경우도 실상은 많이 다르다. 독일이 2003년 고용유연화 정책을 통해 200만명의
추가고용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제 노동자가 급증하고 저임금 문제가 불거지는 등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해고가 노동자 개인에게 미치는 여파가 한국과는 차이가 큰 선진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문제다.
값싼 노동력과 높은 해고 유연성을 통한 경제 성장은 70년대에나 통용되던 방식이다. 현재의 강화된 노동권을 감안하면 이런 과거
회귀적 발상은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정규직 흔들기’를 강행한다면 노·사 갈등을 넘어 노·정 갈등으로 비화돼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되기보다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노동계는 벌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개악적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의 정책 재검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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