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조작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은행은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 가치를 고의로 누락해 부당하게 금리를 올리고, 금융당국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2~5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 등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해 내놓은 결과는 충격적이다. 금감원 점검 결과 대부분의 은행들은 저소득 대출자들이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조작했다. 부채비율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이는 식이었다.
또 대출자의 연소득이 8300만원인데도 ‘0원’으로 기재해 고금리를 책정하거나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산금리를 높게 매겼다. 소득과 신용등급이 오른 고객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 우대금리를 축소해 금리 인하폭을 줄였다. 가뜩이나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부담으로 등골이 휠 지경인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 사기’를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은행권은 2012년 공동으로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만들었지만 이를 지키는 은행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금감원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금감원은 대출금리 조작 사례를 적발해놓고도 “은행 차원이 아닌 개별 창구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은행 명단이나 피해 규모 등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다 대부분의 은행 지점이 대출금리를 수천건이나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최근 5년간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한 사례를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사해 대출자에게 환급해주도록 했다.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으로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은행 봐주기’ 의혹이 커지고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은행 명단과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이자장사로만 10조원의 수익을 올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은행이 조직적으로 대출금리 조작을 지점에 지시했다면 사정당국이 수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전수조사에 나서 대출금리를 조작한 은행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은행들도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을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버는 후진적인 영업관행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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