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대주주인 론스타에 배당금을 안겨주기 위해 대출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어제 금리조작을 통해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300억원의 이자를 더 받아낸 외환은행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금리조작을 지시한 외국인 전 행장은 기소중지됐다. 금리조작이 배당금을 챙기기 위한 조직적인 사기극이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영세 자영업자를 등친 돈으로 론스타가 먹튀 행각을 벌인 셈이다. 금리조작이 이뤄진 지난 6년간 금융당국은 뭘 했는지 궁금하다. 수사가 끝났다고 이대로 묻을 사안이 아니다. 불법 수익금으로 론스타의 배당잔치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만큼 범죄수익 몰수 차원에서라도 배당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불법 금리조작은 외환은행 본점이 주도했다. 론스타는 2005년 외환은행 매각이 불발로 끝나자 배당금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금리조작을 기획했다는 게 수사결과다. 전국 320여개 점포에서 1만1000여건의 대출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 ‘금리가 바뀔 수 있겠구나’라며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대출자들의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4800여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300억원의 피해를 봤다. 본점은 목표치에 미달하는 지점 직원들은 쫓아내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또 ‘꼼꼼히 이자율을 챙기는 고객은 손대지 말라’는 특별지시도 하달됐다. 은행창구 이용 고객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금융자본의 타락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론스타가 그간 챙긴 배당금만 1조7000억원이다. 배당금을 받지 못하다 2007년 금리조작 이후 본격적인 배당잔치가 이뤄진 것은 뭘 뜻하는가. 론스타는 평소 다른 금융기관의 2배에 달하는 고액배당으로 문제가 됐었다. 당국은 불법 수익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했지만 여기서 끝낼 일이 아니다. 적어도 배당금 중 범죄수익으로 받아간 부분은 추징 절차를 통해 환수하는 게 옳다고 본다.
은행의 금리조작은 처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시중 금융기관들의 CD금리 조작사건을 1년째 조사 중이다. 그간 농협을 비롯한 시중 은행의 금리조작 사건이 잇따랐지만 당국의 허술한 감시망은 달라진 게 없다. 이번 금리조작도 당국의 사전검사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계속된 민원 제기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의 수수료 인상 얘기를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은행 주머니 채울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은행의 나쁜 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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