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그제 400조5000억원 규모의 201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6년 만에 400조원을 넘어섰다. 예산은 꼼꼼한 심의가 필요하다. 낭비요소를 줄이고, 미래에 대비한 전략적 배분을 하기 위해서다. 국회는 “누리과정예산을 확보했고, 최순실예산을 대폭 줄여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민생복지예산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누리과정예산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줄였다는 최순실예산도 효율성이 의심스럽다. 국회는 복지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실제 복지예산은 줄었다.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전년의 130조원에서 129조5000억원으로 5000억원 감소했는데 어떤 근거로 복지예산이라고 말하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의 복지부문예산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더 늘려야 마땅하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투자확대 등 낙수효과가 크지 않았고 재벌만 배 불렸다는 지적에도 법인세 인상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소득세도 최소한의 인상에 그쳤다. 불평등 해소와 공평과세, 복지 확충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번에도 묻혔다.
반면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그대로였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쪽지예산은 없다”고 공언했으나 민원·청탁성 예산 끼워넣기는 만연했다. 국회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정부안보다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4000억원 늘려 편성했다. ‘쪽지예산’은 더욱 규모가 커졌다. 사상 초유의 국정혼란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챙기기에만 몰두했다는 얘기다. 생업을 희생해가며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닌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민의를 대변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의원이 몇이나 있을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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