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은행, 당장 GM 한국 철수는 가까스로 막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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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산업은행, 당장 GM 한국 철수는 가까스로 막았지만

by eKHonomy 2018. 12. 19.

산업은행이 18일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를 수용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의 연구·개발법인 분리는 한국 생산라인 철수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은과 GM 간에 갈등이 빚어졌고, 연말로 예정된 산은의 4045억원 출자 철회 요구까지 제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날 양측은 한국지엠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보장을 담은 ‘주주 간 분쟁해결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국 생산라인 철수 의혹’과 관련해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확약받았다”고 밝혔다. 10년간 자동차 생산공장을 유지한다는 약속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신설법인은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연구·개발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생산법인의 경영에 기여하는 것을 물론 다양한 사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의 말대로 협상이 이뤄졌다면 ‘다행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산은이 한국지엠의 연구·개발법인 분리에 예민하게 반응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GM 본사는 2013년 이후 9차례에 걸쳐 사업정리를 해온 전력이 있다. 그리고 지난해 호주 공장은 연구·개발법인만 남기고 철수했다. 그런 데다 최근 GM은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해외공장 7곳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폐쇄 대상 해외공장 2곳에 한국지엠 공장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한국지엠의 신설법인 분리는 생산라인 철수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GM을 둘러싼 논란은 혹한기를 맞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국내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5위에서 7위로 급속도로 밀려나고 있다. 부품에서 완성차까지 자동차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차량생산 유지와 신설법인의 SUV 연구·개발 담당으로 후방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 이르다. 산은과 GM이 문서로 한 약속은 경영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당장은 GM이 약속을 지키는지 꼼꼼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길어야 10년짜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언제까지 GM에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이미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에 따른 타격을 경험한 바 있다.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인근 지역상권이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자동차산업도 후퇴했다. 미래에 GM이 떠나더라도 생존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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