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업계 반발로 흐지부지된 통신비 인하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업계 반발로 흐지부지된 통신비 인하

by eKHonomy 2017. 6. 23.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휴대전화 통신비 절감대책을 내놨다. 오는 9월부터 약정기간 요금 할인(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고, 기초연금을 받는 노년층과 저소득층에게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000원을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또 월 2만원대의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 도입, 지하철·버스, 학교 등에 공공 와이파이 구축 확대 등을 중장기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본료 폐지는 이동통신업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만 한껏 높여 놓고,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을 내놨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정기획위가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보고를 4차례나 퇴짜를 놓은 뒤 내놓은 통신비 절감대책치고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게다가 기본료 폐지를 공언했다가 업계에 굴복한 모양새여서 정책실현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기본료 폐지 등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기획위는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된 기본료를 폐지하지 않고, 약정기간 요금 할인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료가 있는 2G와 3G 이용자의 기본료를 폐지하면 전체 가입자의 84%를 차지하는 4G(LTE) 이용자가 제외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약정기간 요금 할인은 소비자가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내는 통신비에서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약정기간 요금 할인율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 도입을 의무화하면 기본료 폐지에 버금가는 통신비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데도 국정기획위는 이를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한국의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는 14만4000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견줘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스마트폰 가격이 날로 치솟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단통법 시행으로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아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이통사들은 정부가 민간기업의 상품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반(反)시장적 정책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통신비 인하 못지않게 이통시장 구조를 바로잡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단말기 제조사의 보조금과 이통사의 요금 할인액을 구분해 표기하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또 5 대 3 대 2로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된 이통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제4의 이통사를 선정하는 등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쟁이 사라진 이통시장에선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조치보다 요금 담합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 과감한 이통시장 개혁이 절실하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