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그룹이 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그간 3차례 매각이 불발된 데 이어 4번째다.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소속 14개 자회사를 3개 덩어리로 분리한 뒤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괄매각 대신 분리매각으로 선회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조기에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서두르다 보니 졸속 매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력인 우리은행의 경우 유력한 인수 후보가 없는 데다 증시 사정도 좋지 않아 제값 받기는 틀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는 물론 국내 금융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금융 매각에 대한 세밀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
우리금융 매각은 제값 받기보다 조기매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분리매각도 그간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서둘러 팔겠다는 취지다. 지방은행 두곳(경남·광주은행)과 증권 계열사 6곳에 대해 올해 안에 우선 매각절차를 진행하되 주력인 우리은행은 내년으로 시기를 미뤘다. 이들 두 덩어리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데다 인수 후보들이 적극적이기 때문에 매각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업계 수위인 우리투자증권은 KB증권과 농협금융이 벌써 탐을 낼 정도다. 알짜인 이들을 팔고 나면 주력인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서두르다 보니 공적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우리금융엔 공적자금에다 이자를 합쳐 18조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이 중 회수된 돈은 5조7000억원(회수율 45%)에 불과하다. 현재 갖고 있는 우리금융의 예금보험공사 지분 56.97%를 팔아 나머지를 벌충해야 하지만 셈법이 만만치 않다. 현 주가를 감안하면 5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팔아야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수의 후보자가 치열한 인수경쟁을 벌여야 ‘몸값’이 뛰는 게 상식이다. 정부가 서두를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공적자금 회수만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시장 선진화에도 더없는 기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가 이자이익에 치우쳐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은행은 이자놀음에 급급한 우물 안 개구리식 경쟁에서 벗어나 선진 금융기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금융기업을 입찰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금융 매각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라 하더라도 ‘땡처리’하듯 팔면서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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