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강조하는 “강하지는 않지만
회복세가 진행 중”이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재정과 통화정책 수장의 연이은 경제낙관론의 논거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호조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과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싸늘한 편이다. 실제 소비는 물론이고 수출마저 기세가 꺾인 게 현실이다. 희망을
얘기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돈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 않은 유동성 장세를 경기 회복세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의외다.
물론 요즘 자산시장은 뜨겁다. 주식시장은 이렇게 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넘보고 있고,
코스닥은 묻지마 투자 양상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1분기 아파트 거래 건수는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분양·경매시장은
북적이고, 한때 16만가구를 넘어섰던 미분양 주택은 3만가구 밑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오른 것은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외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활황 역시 규제완화와 정부의 빚내 집 사라는 정책, 전세난 등이 겹친 결과다.
한 달 안돼 111P 올라 코스피지수가 2111.72로 마감한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환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하지만 내수의 바로미터인 유통가의 매출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탓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수출도 빨간 불이다.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기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확연히 줄었다. 어제는 원·엔 환율마저 7년여 만에 800원대에 진입했다. 엔화 약세는
아베 정권 등장 때부터 계속된 추세적 상황이어서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기술 경쟁력이 두드러지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마저 위협받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중국관광객마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관측은 지나치게 안이하고 낙관적이다. 빚을 내 파티를 즐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자산시장에 머물던 돈은 한순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은행돈 빌려 투자했던 사람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게 된다. 경제가
혼란스러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타개하기 위한 단기적 부양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에 못지않게
지속성장을 위한 경제 체질 변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 근간이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 구조개혁을 통해 투자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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