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자자 - 국가소송에 발목 잡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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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투자자 - 국가소송에 발목 잡힌 정부

by eKHonomy 2015. 5. 1.

한국 정부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자-국가소송(ISD)에 휘말리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보장협정(BIT) 체결 때마다 제기됐던 독소조항이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ISD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점을 떠올리면 유사 소송 대란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쉬쉬한 채 덮으려고만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하노칼 홀딩 비브이는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을 수신자로 2010년 현대중공업에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팔 때 원천징수당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국제중재 의향서를 전달해왔다. 하노칼은 아랍에미리트 국제석유투자회사의 자회사로, 세계적 부호인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 회장을 맡고 있다. 하노칼의 이번 움직임은 론스타가 한·벨기에 조세조약을 들어 한국 외환은행의 지분 매각으로 얻은 수익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고 ISD를 제기한 것과 유사하다. 앞서 이란계 가전 회사인 엔텍합도 2010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실패로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에 ISD 의향서를 보냈다.

2011~2014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일지 (출처 : 경향DB)


론스타나 하노칼의 ISD 제기는 한국 정부의 어설픈 협정 체결 탓이 크다.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협정의무 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이다. 외견상 합리적 제도처럼 보이지만 투자자 편향적인 데다 국내법보다는 협정을 우선해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어 애초 독소조항으로 지적됐던 터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한·벨기에, 한·네덜란드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하면서 페이퍼 컴퍼니를 걸러내는 조항조차 넣지 않았다. 이렇게 상황이 엄중한데도 정부는 엔텍합과 하노칼의 중재의향서 접수 사실 자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유엔에서까지 ISD의 투명성 규칙을 정한 마당에 수천억 수조원이 걸려 있는 소송제기와 진행 과정을 쉬쉬하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사안은 다르지만 금융위 부위원장과 외환은행장을 지내면서 론스타 소송문제를 관리했던 윤용로씨가 론스타의 ISD 재판을 앞두고 론스타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윤씨는 소송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는 모양이지만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전직 관료의 무감각한 처신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서글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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