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사인 간의 계약으로 치부돼온 상가 권리금을 법에 명문화하고 보호장치를 마련한 게 주 골자다. 권리금은 세입자가 가게를 운영하면서 얻은 유무형의 자산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건물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권리금 구제 방안이 처음 법제화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향후 국회의 법 개정 과정에 일부 미비점을 보완한 뒤 영세 사업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분쟁이 잦은 대표적인 사례가 권리금이다. 권리금은 상가 임대차 과정에 엄연히 존재하는 세입자의 권리다. 전체 규모가 30조원을 웃돌 정도로 액수도 크다. 하지만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끝난 뒤 권리금을 제대로 돌려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목이 좋은 상권은 건물주가 계약 도중에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면 세입자는 재계약은커녕 권리금 한푼 챙기지 못한 채 쫓겨나기 일쑤다. 건물주가 별도의 권리금을 요구해도 거부할 방법이 없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로 정부청사 19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도중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방안을 통해 220만 명에 달하는 상가 임차인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출처 : 경향DB)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바꿔 영세업자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게 정부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은 사각지대에 방치돼온 권리금을 법제화한 뒤 구제 방안을 마련했다. 신규 계약 때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임차인과 우선 계약을 맺도록 의무화했다. 세입자가 권리금을 떼이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또 건물주가 새 계약자에게 권리금이나 과도한 보증금·임대료를 요구하면서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막을 경우 소송을 통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4억원 이상 보증금을 낸 영세 사업자만 5년 계약기간이 보장됐지만 앞으로는 모든 임대사업자가 이 혜택을 받게 된다.
권리금 보호를 위한 첫걸음은 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당장 기득권을 누려온 건물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 권리금을 떼이는 철거민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빠진 것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비근한 예로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권리금 때문에 일어난 일 아닌가. 더구나 세입자들에게 소송을 통해 건물주에게 손실을 배상받도록 한 것도 실효성은 물론 소송 남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걱정이다. 향후 법 개정 과정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칫 권리금마저 신규 세원 확보 수단으로 사용하려 든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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