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는 과연 한국인의 삶을 개선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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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한·미 FTA는 과연 한국인의 삶을 개선시켰나

by eKHonomy 2017. 3. 1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늘로 발효 5주년을 맞았다. 정부를 비롯해 한국무역협회·코트라 등 주요 기관들은 5년의 성과를 평가하는 자료를 내놨다. 대체적으로 협정 발효 이후 양국의 교역, 투자, 서비스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등 호혜적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양국이 윈윈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미 FTA를 일자리 빼앗는 협정으로 규정하며 재협상을 거론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를 의식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수 측은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FTA 체결 당시 인터넷에서 떠돌던 ‘맹장수술비 900만원’ ‘물값 폭등’ 등의 괴담을 거론하며 과거 FTA 반대 논리를 비판했다. 아직 한·미 FTA를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한·미 FTA가 양국이 윈윈하는 잘된 협정이라는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시민 다수의 삶의 증진이다. 첫번째로 관세 철폐로 인한 수출 및 생산·고용 증대와 중소기업 파급효과를 들었다. 통계는 협정 발효 뒤 한국의 수출 및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수출액 중 상당수가 대기업이 해외 자회사와 거래하는 ‘기업 간 거래’인 점을 감안하면 수출 증대는 부풀린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년간 늘어난 대미 무역흑자 1000억달러 중 FTA로 수혜를 본 비중은 20%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FTA의 수혜 대상은 자동차·전자 등 몇몇 수출 대기업에 불과할 것이라는 애초의 전망에서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수출 대기업들은 관세 철폐를 겨냥해 멕시코 등에 공장을 지은 뒤 미국을 공략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이는 되레 미 행정부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 선적을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자동차는 한·미 FTA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FTA 타결 시 국내 일자리가 35만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사탕발림으로 확인되고 있다. FTA 발효로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서 소비자에게 득이 된다는 얘기도 전혀 달랐다. 한·미 FTA를 비롯해 다수의 FTA가 발효됐음에도 수입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회계, 법률, 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선진제도 도입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 부문이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빛 좋은 개살구였다.

 

중소기업 육성은 더 힘들어졌다. 여야는 FTA 체결 당시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한·미 FTA의 시장 개방화 조항 위반임을 들어 틀어막은 결과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미 FTA는 정부의 수출주도 정책과 경제단체 그리고 수출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탄생한 결과물일 뿐 소비자 다수의 이익은커녕 궁극적으로 한국의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FTA가 한국 통상전략의 맨 앞에 놓이게 된 것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경제영토 확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경제단체들과 정부 내 수출지상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일치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수출 대기업들의 영토는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가 한국 경제에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이 대외지향적 성장정책으로 경제발전을 이뤄왔다는 점 때문에 FTA는 그동안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어떤 반대 논리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내수확대 없는 수출확대 정책으로는 경제가 기능할 수 없다. 기업 양극화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서민의 삶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중 FTA의 경우 경제예속화 우려도 부인할 수 없다. 동시다발적인 FTA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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