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외면하는 부유층, 재테크에는 탁월한 실력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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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사회적 책임 외면하는 부유층, 재테크에는 탁월한 실력 과시

by eKHonomy 2011. 8. 29.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

미국의 인식론자 에드먼드 게티어는 1963년 3쪽짜리 논문을 발표하면서 인식론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오게 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바로 지식에 관한 것이다. 그는 ‘지식이란 인식적으로 정당한 참된 믿음’이라고 정의하고, ‘애초에 믿음이 잘못 되었다면 아무리 체계적인 논리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짧은 논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늘리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가면서 전체 성장을 이끈다는 이론이 대세였다. 일명 트리클다운(trickle down), 낙수효과라고 하는 이 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며 전 세계적인 감세정책(부자 감세)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며 다수의 선진국조차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다. 감세를 통해 부유층과 대기업의 부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작 낙수효과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각국의 재정적자 심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커다란 장애가 됐다.
 
미국의 워런 버핏을 비롯해 프랑스의 부자들까지 최근 부유층의 세금을 더 걷으라며 자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슈퍼 부자 감싸기를 중단하라는 말을 슈퍼 부자의 입으로 듣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소영’ 부자 논란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낯선 풍경이다. 그의 기고글에 표현된 대로 품위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돈 앞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무한한 탐욕을 스스로 통제하는 이와 같은 행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선진국의 부자들이 근본적으로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나선 것은 아니다. 사실상 낙수효과라는 이론은 부유층과 대기업이 사회 상부구조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이기적인 믿음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화되기 어려운 지식이다. 즉 애초에 잘못된 믿음 위에서 불완전하게 서있던 논리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 가짜지식이 통용되고 있다. 최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도 무상복지가 증세를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부자들이 소비와 투자를 멈추면 나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협박을 접할 수 있었다.

젊은 계층은 이미 지난 몇 년간의 학습효과, 즉 부자 감세로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더욱이 재정적자가 늘어나면서 복지 혜택이 줄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노인계층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믿음이 신념화돼있는 경향이 있어서 노인층의 무상급식 반대 투표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유층의 무상급식 반대는 계급 투표라 불릴 만큼 조직적이었다. 주민 투표 당일 강남의 부유층이 외제차를 타고와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하더라는 웃지 못할 글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부유층은 증세 가능성에 대단히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는 그들이 고위 공무원직의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보았듯 재테크에는 탁월한 실력을 과시한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불법 전매, 부동산 편법 거래 등의 일은 이제 부유층에서는 일상적이다. 자산 증식을 위한 치열한 사투의 결과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부유층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듯하다. 최근 모 인터넷 언론의 정의가 더 실감난다. ‘땅불리스 돈불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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