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제품에 친환경이라고 쓰거나 혹은 그렇게 혼동할 수 있도록 치장하는 것을 그린워싱이라고 부른다. 좋게 말하면 위선이고, 정직하게 말하면 사기이다.
소비자 관련 단체에서 조사한 결과들을 보면 통상적으로 절반 정도의 제품이 그런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친환경마크에 대한 모니터링 제도가 있기는 한데,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언제나 인력부족이 문제이듯이, 실상은 방치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유통질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환경 제품과 관련된 권한이 있기는 한데,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서 그런지 아직 행정 행위를 한 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의 대표발의로 관련된 법률수정안이 조만간 발의될 것이기는 하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다.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사형시켜야 해, 이런 무시무시한 얘기들을 가끔 하는데, 여기에 요즘은 친환경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대표할 만한 그린워싱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한참 공사 중인 새만금 방조제 위에 현대건설이 걸어놓았던 표지의 문구가 생각난다. “안녕히 가십시오, 친환경 방조제 새만금.” 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가지 사건이라면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을 의미하는 방폐장 사건 그리고 또 하나가 새만금이다. 한국의 수많은 환경활동가들이 반핵 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거나 새만금 운동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친환경 방조제라니! 아예 원자력이 청정 에너지로 둔갑을 한 모습은 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이다.
여기에서 그친 게 아니라 초등학생들에게 포스터 그림 그리기까지 시키는 걸 보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단어가 딱 머리를 때리고 갔다. 아무리 정부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교육을 독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까지 시키는 것은 좀 아닐 듯싶다. 전 세계 어디 가서 길을 막고 물어보시라, 원자력이 친환경이라고 하는 나라가 있나?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걸 친환경이라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보면, 역시 한국에서 당대 최고의 그린워싱은 녹색 성장이라는, 지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밀었던 개념 아닌가 싶다. 돈으로만 따져보자. 친환경제품 시장을 대략 30조원이라고 보는데, 그중에 절반 정도가 가짜라면 그린워싱 시장은 15조원 조금 안되는 시장이다. 그렇지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했던 사업들을 살펴보자. 간단하게 그 이름 안에서 시행되었던 4대강 사업이, 직접 비용만 상징적으로 22조원이었다. 요 한 건으로도 간단히 전체 그린워싱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 여기에 저탄소 에너지라고 원자력 발전소 잔뜩 짓는 계획을 세우면서 이것도 녹색성장이라고 얘기했다. 원전을 대규모로 동해안에 신설할 것을 예상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문제는 완전 보너스다. 규모로는 당대 최고일 것이다. 그런데 구관이 명관이라고, 어쩌면 이 엄청난 규모의 그린워싱을 이번 정부에서는 또 한번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있는 어떤 외교관을 만났더니 새마을운동이 뭔데 이렇게 사방에서 ‘새마을, 새마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참 난감한 순간이었다.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도시 지역에 공업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농촌 해체 작업이며, 화학농·기계농으로 한국 농업을 전환시킨 게 바로 이 사업이다.
국제적으로는 녹색혁명이라고 부르는데, 요즘 관행농이라고 부르는 화학농업을 도입하는 과정에 새마을운동이 있다. 그리고 그 농촌이 요즘 붕괴되고 있는데, 거기에 다시 토건을 투입하는 것이 새로운 새마을운동이 된다면? 녹색성장을 뛰어넘는 그린워싱이 또 나올 수도 있다. 녹색 모자 쓴 새마을운동 지도자, 그들을 다시 보게 될까?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지난 칼럼===== > 우석훈의 생태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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