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경제 이야기]중국발 초미세먼지, 한·중·일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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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우석훈의 생태경제 이야기

[생태경제 이야기]중국발 초미세먼지, 한·중·일 함께 고민해보자

by eKHonomy 2013. 12. 13.

지난주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국 전역을 중국발 미세먼지가 덮쳤다. 우리 집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코감기라는 걸 앓았다. 파트너로 일하는 에디터의 또래 아기는 아예 입원을 했다. 천식 등 어른들의 호흡기 질환은 둘째 치고, 일단 신생아 등 영·유아들의 피해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서 소송은 아니더라도 좀 뭐라고 한마디 해주면 속이라도 좀 나아질 테지만, 중국과는 한창 영유권 분쟁 중이라, 꼼짝도 안 한다.

중국과의 미세먼지 분쟁이 한두 해 된 것도 아니지만, 일반적인 황사와 이번 미세먼지는 일단 양상이 다르다. PM-10이라 부르는 일반적 미세먼지에 이어 PM-2.5, 이런 물질들은 그 성분이 뭐든, 일단 그 크기로부터 피해가 시작된다. 게다가 이번에는 단순 먼지가 아니라 난방용 석탄이 주원인이라, 그야말로 복합 케미컬,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1회성이 아니라,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질 것, 뻔하지 않은가?

국가 간 환경문제를 월경성 환경문제라고 부르는데, 관련된 협정이 없으면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고, 국제분쟁으로 간다고 해서 해법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공해물질을 두고 이런 분쟁이 종종 있었다고 알고 있다. 따져보면 한국, 중국, 일본,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다.

폐플라스틱 해양 투기의 경우, 우리는 일본에 피해를 주고, 중국에 피해를 받고 있는 사이다. 서로 자기가 당하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연구과제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적절한 해법이 나오기는 아직 좀 어렵다고 본다. 그뿐인가? 후쿠시마 원전 문제로 당장 몇 해째 불안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데, 중국 해안에 계속해서 원전이 늘어난다고 하니, 이거 우리만 조심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남자들이 바라보는 세계에서는 군대와 영토 그리고 무기, 이런 게 인접국끼리 제일 먼저 벌어지는 시선이 된다. 지금 한·중·일 관계가 딱 그렇다. 이렇게 민족주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정치적 이득도 있다. 강성 분위기를 조성하는 쪽이 이득을 본다. 그렇지만 육아와 보건 등, 군사놀이 좋아하는 남자의 시선을 조금 벗어나면, 우리가 같이 만들어야 할 장기적 협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도심 (경향DB)

오염과 관련된 정보만이라도 미리 받아서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건 단기 대책이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술과 자금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게 옳을 수도 있다. 싫든 좋든, 앞으로도 오랫동안 공기와 물 그리고 쓰레기까지 공유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실정 아닌가. 어쨌든 세계에서 가장 큰 인구와 경제력 그리고 기술력까지 한·중·일, 요 권역에 모이게 된다. 조금 더 눈을 돌리면, 황사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배후지인 몽골도 있고, 러시아도 있다. 이런 나라들이 중장기적으로 역내 환경문제와 생태문제에 대응하는 포괄적 환경협약을 추진하는 것, 이번 기회에 좀 생각을 해보는 게 좋을 듯싶다. 경제적으로 서해의 어장을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지속 가능한 어업 계획을 세우고, 동해와 서해의 해양 사막화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을 하는 것, 해볼 만하지 않은가?

땅위에 아무리 엄격하게 선을 긋고, 이건 내 땅, 이건 네 땅, 그렇게 아웅다웅한다고 초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은 그렇게 인간의 국경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한·중·일이라는 틀 내에서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 그게 당장 그렇게 엄청난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환경문제의 기본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 근본적인 얘기를 해볼 때가 된 듯싶다. 런던의 스모그 사태 때, 그들은 해법을 찾았다.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우석훈 | 영화기획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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