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들이 자신이 내는 세금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 1월, 연말정산을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때가 되면 많은 직장인들이 1년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절세 방법을 검색한다. 지난해 내 월급에서 얼마나 많은 세금을 떼갔는지 확인해보고 또 확인한다. ‘13월의 월급’을 꿈꾸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유리지갑’ 신세인 직장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행여나 ‘되레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결과를 확인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바로 푸념이 이어진다. “도대체 정부가 세금으로 해준 것이 뭔데?”
생각을 달리해본다. 어차피 낼 세금, 얼마나 잘 쓰이는지 눈을 크게 뜨고 보자. 혹시라도 허튼 데 쓰이는 건 아닌지 보고 또 보자.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불을 붙인 아동수당 논란을 다시 살펴봤다. 지난 10일 박 장관은 “아동수당은 어떻게 해서라도 도입 초기부터 0∼5세 아동을 가진 모든 가구에 다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소득 상위 10%에 아동수당을 안 주게 된 것이 너무 아쉽다”면서 “아동수당은 아직 법이 안 만들어졌으니 도입 초기부터 다 줄 수 있도록 다시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0∼5세 자녀가 있는 모든 가구에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하면서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2인 이상 가구 중 소득 수준 90% 이하’로 대상이 축소됐다. 비록 10% 제외라고는 하지만 현 정부의 ‘보편복지’ 방침이 야당들의 ‘선별복지’ 주장에 밀린 셈이다.
국회는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10%를 제외하면 1년 기준으로 약 1800억원이 ‘절약’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10%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간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계산해 보니 소득 하위 90% 아동한테만 아동수당을 주려면 적게는 약 770억원에서 많게는 11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초연금도 소득 하위 70%의 노인(만 65세 이상)에게만 지급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 노인들은 대체로 소득의 변화가 없지만 아동수당의 수혜자인 0세에서 5세까지 아동의 부모들은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하는 연령이다. 그래서 매년 증빙 서류를 챙겨야 하고 행정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선별 기준선 주변에서 소득 역진성이 생길 가능성도 고려해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아동수당을 선별지급하기 위해서 금융재산조사 통보에만 약 100억원이 쓰인다. 지난해 기준 253만여명인 5세 이하 아동의 부모가 보유한 2~3개의 은행 및 증권 계좌 등을 해마다 2차례 조회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한테 통보할 때 드는 우편요금 등이다. 상위 10%에게는 현행 아동 세액공제를 유지해주기로 했기에 아동 세액공제액도 연간 300억~400억원이 발생한다.
선별 작업을 하는 공무원도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약 500명의 복지담당을 충원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만 200억~300억원에 이른다. 또 보편적 수당이었다면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되지만, 해마다 40만명 가까이 태어나는 신생아 부모나 소득·재산에 변동이 있는 부모의 경우 동주민센터까지 찾아가 신청서와 주택임대차계약서 등을 제출해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국민불편비용’이 또 170억~350억원이라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동수당 선별지급으로 절감 예산이 연간 1800억원 정도 되는데 대상을 가리는 데만 최대 1150억원을 들여야 한다. 그래도 최소 650억원이 남았으니 ‘남는 장사’라고 해야 할까. 다시 생각해보자. 아동수당에서 배제한 10%도 엄연히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아이들이다.
<정책사회부 ㅣ 홍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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