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납세자 소송’으로 지방재정 감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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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시론]‘납세자 소송’으로 지방재정 감시해야

by eKHonomy 2012. 4. 22.

정창수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경기 용인시가 그동안의 방만한 재정운용 때문에 350억원이 넘는 예산을 줄여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5135억여원에 이르는 용인경전철 사업비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인시는 민선 5기 핵심사업은 물론 교육환경개선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나마 시금고 압류위기를 넘긴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용인경전철에 지불할 배상금을 위해 요청한 지방채 4420억원을 승인하면서 채무관리를 위한 계획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로써 용인시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지방자치’가 아닌 ‘지방타치’를 당하게 됐다. 우선 시장부터 13억원이 넘는 업무추진비를 감축해야 하고 향후 5년간 인상할 수 없다. 5급 이상 공무원 122명도 기본급의 3.8%를 반납하는 등 재정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위기가 용인시 한 곳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백시가 오투리조트 사업 실패로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1500억여원의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등 전국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감사원의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점검’ 등 자료에 의하면 전국 246곳의 지방자치단체 중 49곳에 대한 조사만 진행했음에도 108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이 중에는 예산서를 과장하고 결산서를 허위로 꾸미는 분식회계까지 적발됐다.

 

전북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방재정 포럼 I 출처:경향DB

이렇듯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08년 19조2000억원이었던 채무는 2010년 28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고,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40조원 규모의 임대형 민자사업(BTL)의 지자체 부담분이나,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같이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하는, 재정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각종 파생사업(?)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규모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예산운용 실패 책임을 묻지 않는 매우 잘못된 우리나라의 법·제도적 관행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책임을 묻는 투표행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사회에서도 경제범죄에 대한 관대한 경향이 있는데, 행정부분의 재정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은 사례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앞으로도 결코 줄어들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성장에서 관리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작년에 두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수도권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아졌고, 자동차 등록대수가 경제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감소한 것이다. 물론 일시적인 상황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까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저성장시대로의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처럼 양적인 지역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질적인 관리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결국은 정치발전이다. 선거에서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성과 시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알아야 면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알아야 감시를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최근 들어 많은 제한이 있지만 주민참여 예산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적극활용이 필요하다.

셋째, 납세자 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책 실패는 정치적으로 책임을 묻더라도, ‘사기’에 가까운 각종 사업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돈을 환수하는 ‘납세자소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보상을 통한 내부고발자 보호기능도 가지고 있다. ‘재정문제에 대한 상식적 판단은 어렵지 않다. 다만 비상식적 상황으로 인한 무력감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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