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맞춤형 주거복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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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를 기대한다

by eKHonomy 2018. 7. 5.

민선7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하였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함께 분권자치와 생활민주주의를 실현할 지방주체들로 기대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헌법 개정을 통해 연방제 수준의 분권자치를 완성할 수 있는 지역의 자치기반들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지역의 민생 현장을 누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한결같이 자영업자들의 위기, 실업자들의 안타까운 절망, 청년주거의 심각한 현실을 목격하였다고 입을 모은다. 선거 기간 동안 자신들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큰소리도 쳤고 당연히 공약으로도 반영되었다. 많은 단체장들이 취임식을 생략한 채 민생현장으로 달려간 것도 폭우와 태풍 예보 때문만이 아니라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절감한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맞이하게 될 자치분권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2할 자치로 불리듯 주민생활과 관련된 업무조차 여전히 국가 업무로 설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열악한 지방재정의 사정 때문에 투자사업비를 확보하기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으로 드러나는 정책문제이거나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은 당연히 법적 근거도 없고 선행사례도 없어서 해법을 알면서도 나아가지 못한다.

 

어느 지자체나 맞이하는 현실이지만 자치단체장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에 따라 대응법이 달라질 수 있다. 정책문제란 그 시대에 다수의 사람들이 갖는 불만이자 공공정책을 통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는 가치 중 아직 실현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정책문제는 높은 자살률이나 과도한 주거비 부담과 같이 물리적인 병리현상으로 외형을 드러내지만, 많은 경우에는 문제라고 주장하거나 문제로 인식할 때라야만 비로소 정책문제로 등장하게 된다. 훌륭한 자치단체장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정책문제를 미리 인지하고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는 지도자이다. 현명한 문제인식과 맞춤형 해법은 현장과 주민에게서 나온다.

 

주거복지는 자치단체장들이 맞게 되는 정책문제 중 생활과 가장 밀접한 주제이다. 그동안 주택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신속한 주택공급과 주택가격의 안정이었다. 중앙정부와 국가공기업은 가장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이 역할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였다.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거나 집행하는 데 그쳐도 중앙정부가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알았다. 가장 중요한 주거복지수단이라 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통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전국의 136만호 공공임대주택 중 LH가 약 70%를 관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가 약 17만6000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관리하고 있을 뿐 3000호 이상을 관리하는 광역자치단체는 8개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업무이다. 주택은 주민의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 공정임대료를 고시하거나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도 주거안정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스웨덴이나 독일의 경우 매년 지방정부가 세입자연맹과 임대인연합, 건설연맹 등과의 협의를 통해 임대료 수준을 결정한다. 마치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협상과 마찬가지로 지자체가 주도하여 임대조건과 임대료 수준 결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꾸리고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시청은 오래전부터 토지를 비축하여 사회주택의 공급을 지원해왔다. 파리시는 민간주체 간의 토지거래 신고 시에 토지를 우선적으로 매입할 선매권을 활용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지자체의 주거복지는 중앙정부의 독주 속에 지자체가 끊임없이 창의적인 예외를 만들어내면서 발전해왔다. 서울시에서 시작한 뉴타운사업이나 사회주택은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지역균형발전촉진 조례와 사회주택지원 조례를 통해 시행했다. 서울시의 주택바우처, 역세권 청년주택이나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장기안심주택은 서울시가 고안해낸 주거복지정책이다. 성북구의 창업지원주택 도전숙, 금천구의 홀몸어르신주택 보린주택, 동작구의 모자가정주택, 도봉구의 만화인주택, 서대문구청의 나라사랑채는 모두 자치구가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낸 맞춤형 임대주택들이다.

 

오늘날 주거문제는 주택공급 확대나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만으로 해소될 수 없는 복합적인 도시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주택관리를 넘어 주거급여, 주거상담, 일자리 창출, 심리상담, 교육, 주택리모델링, 복지서비스가 지역단위별로 결합되어 제공될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자체가 지역단위에서 이러한 주거복지서비스를 어떻게 공급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지역현장에서 직접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의 독창적인 해법이 전국의 주거복지를 개선할 수 있다. 전국의 자치단체장이 새로운 지역맞춤형 주거복지 모델을 발굴해내길 기대한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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