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키워드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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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혁신의 키워드 ‘협력’

by eKHonomy 2017. 7. 6.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소프트웨어 생산성은 어디가 높을까. 답은 실리콘밸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 이유는 개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쟁력이 아니라 개방 협력의 경쟁력에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의 95%는 오픈소스인데 한국의 오픈소스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즉 실리콘밸리에서는 5%만 직접 만들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90%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가 개방 협력인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하나의 통신망을 공유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통신망을 설치한다. 공유 클라우드 활용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한국이다. 깃허브(Github)라는 오픈소스 플랫폼에 기여하는 비중 또한 하위권이다. 협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숱한 이익을 우리는 낭비하고 있다. 개방 협력으로 자원을 공유하는 국가와 개별 경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국가 간 경쟁 우위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협력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탈락한다. 협력의 근간은 신뢰다. 3만달러 넘는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는 신뢰로 밝혀졌다. 국가의 제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재구축되어야 하는 이유다. 경쟁은 내 몫을 키우고 협력은 전체를 키운다. 바로 경쟁과 협력의 상관관계다.

 

지난달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경향포럼 '4차 산업혁명 새로운 기회, 새로운 도전'에서 캐서린 파슨스 디코디드 공동창업자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그렇다고 모든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경쟁이 혁신을 촉발시킨다.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는 국가의 활력이 저하된다. 일본의 유토리 교육의 실패가 이를 입증한다. 경쟁이 없는 환경에서 날지 않았던 도도새의 비극을 보라. 경쟁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나쁜 경쟁이 나쁜 것이다. 선의의 경쟁은 전체를 살찌게 한다. 슈퍼스타 K나 프로듀스 101을 보라. 경쟁이 없었다면 그와 같은 감동이 있었겠는가.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고 나쁜 경쟁은 배척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사회적 원칙이 되어야 한다.

 

국어와 수학과 과학과 모든 분야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각각을 잘하는 사람이 상호 협력하여 사회문제를 풀면 최선의 답이 나오게 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협력의 수단들이 다양해졌다. 만나지 않고도 협력할 수 있는 각종 협업 툴들이 등장하고 있다. 카카오아지트, 야머(yammer), 슬랙(slack), 잔디와 같은 협업 도구들이 과거에 불가능했던 조직 간의 원격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협력의 한계비용 제로화가 공유경제를 촉진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들은 협력보다 경쟁을 통한 당장의 이익에 우선하게 된다. 얼핏 보면 스마트폰 판매원이 비싸게 바가지 씌워 고객을 호갱으로 만드는 것이 이익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죄수의 딜레마 실험에서 불투명한 일회성 게임에서는 상대방을 배반하는 나쁜 경쟁이 승리전략이나, 반복되는 투명한 게임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상호 협력이 승리 전략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왜 우리가 사회적 협력을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진화론적 결론이 바로 ‘호혜적 이기심’이란 단어로 설명된다. 호혜적 이기심은 이번에 내가 베풀어 줬을 때 다음에 나에게 베풀어 준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결국 빵집 주인의 호혜적 이기심이 우리에게 빵을 제공하고 시장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핵심요인이다. 협력은 당장의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을 바탕으로 진화한다.

 

장기적으로는 협력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이익이 되는 사회적 제도가 이루어진 사회가 신뢰 사회이다. 그래서 협력을 촉발하는 사회적 제도가 확립된 국가가 일류 국가로 가는 관문을 열게 된다. 과정의 신뢰가 결과적 성과보다 중요시되어야 한다. 신뢰를 손상하는 거짓이 나쁜 결과보다 더 비난받아야 한다. 제로섬 게임에서의 거래는 나쁜 경쟁 관계다. 기업의 이익은 소비자의 손해다. 반복되는 거래를 통한 플러스섬의 사회가 시장경제의 본질적 모습이다. 플러스섬 게임 관계일 때 비로소 기업과 소비자의 협력 관계가 형성된다. 협력은 이와 같이 플러스섬 게임에서 성립되기에 혁신이 없는 사회는 협력이 어렵고 거꾸로 협력이 없는 사회는 혁신이 어렵다.

 

세상을 제로섬 게임으로 파악한 공산주의가 결국 실패한 이유는 혁신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슘페터는 혁신을 사회 발전의 본질로 보고 기업가정신에 기반을 둔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플러스섬의 가치가 사회에 재분배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가 발전해 나간다는 것을 설파한 바 있다. 이런 혁신을 통한 가치창출 과정에서 기존 가치도 파괴된다. 이를 슘페터는 파괴적 혁신이라 명명한 바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은 파괴적 혁신을 통한 성장의 열매를 국가 전체에 분배하는 선순환 전략이 되어야 한다. 불균형 성장과 균형적 분배가 신뢰로 이어지는 사회가 발전하는 사회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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