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경제팀 개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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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경제시평

12·31 경제팀 개편 유감

by eKHonomy 2011. 1. 4.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작년에 필자가 자주 썼던 표현이 있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진정한 위험은 2010년이 아니라 2011년”이라고…. 고백하자면, 무슨 정밀한 계산에 따른 예측이 아니라, 눈감고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예감 정도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비정상적 경제정책, 즉 막무가내로 돈을 살포하는 재정·금융 정책에 대한 시장의 물리적·심리적 인내심은 2~3년 이상을 버틸 수 없을 거라는 단순한 감에서 나온 이야기다. 여기에 1930년대 대공황도 1929년의 1차 충격보다는 1932년의 2차 충격이 더 파괴적이었다는 교훈을 덧붙여서.

지난해 말 이래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흥청망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폭탄 돌리기 아니냐’라는 불안감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거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뿐더러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이제는 인플레이션 수출 국가로 변모할 조짐을 보이는 등 새로운 불안요인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경제정책 기조는? 12·31 개각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언론보도는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 박형준·이동관 전 수석의 컴백 등에 집중되었지만, ‘내 사람과 내 길을 가련다’ 기조는 경제팀 개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 사람과 내 길을 가련다’식 개각

먼저, 현 정부 들어 벌써 네 번째 대통령 임명장을 받게 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2008년 환율정책 실패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강(최중경·강만수) 라인’의 건재를 과시했지만, 필자의 우려는 딴 데 있다. 왜 하필 지식경제부 장관인가? 새해 경제정책의 키워드가 동반성장이고 그 주무부처가 지식경제부임은 상식에 속하는 일인데, 자타 공인 대기업·수출 지상주의자인 최중경 내정자가 중소기업 입장에서 상생협력 정책을 시행할 거라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필자가 가장 경악한 대목이다. 공정위 관련 경력과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앞) (출처: 경향신문 웹DB)

억측하건대, 김동수 위원장의 과거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장 경력을 감안하면 최근 서민물가 안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이 반영된 인사라고나 할까? 공정위의 핵심 업무가 재벌정책에서 협의의 경쟁정책으로 이동한 지 오래되었지만, 드디어는 1970년대식 물가관리대책기구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마지막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 할 말이 없다. 한국 금융의 최대 문제점을 관치로 규정하고 있는 필자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당당하게 밝힌 김석동 위원장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국제금융질서의 구축을 역설한 이명박 대통령이 구래의 관치주의자를 등용한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할 말이 없다. 작금의 산적한 금융불안 요인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뻔하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을 써서 빨리 성과를 내고 싶은 조급증이야 5년 단임 대통령 공통의 문제이니, 재론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이번 경제팀 개편에는 수긍하기 어렵다. 각 경제부처의 설립 목적 또는 핵심 업무와 충돌하는 스타일의 사람을 수장으로 앉혀 놓고,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구축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관료조직에 대한 부정적 신호 효과도 우려된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대해 직접 지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통령 관심사항만 챙기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하는 경제관료들의 복지부동 행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 관심사항만 챙기는 관료

이번 개편에서도 대통령의 관심사항이 선명하게 드러났으니, 경제관료들의 왜곡된 충성경쟁이 경제정책의 조화를 깨뜨리고 오히려 경제불안을 야기할 위험을 안고 있다.

5%의 경제성장률과 3%의 물가상승률로 요약되는 새해 경제 목표치는 확실히 ‘의욕적’이다. 의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이 지시하고 장관들이 다그치고 관료들이 과잉충성하는 와중에 정작 경제는 골병들 수도 있다.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경제위기는 변장술의 달인임을 명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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