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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잭슨홀 미팅 잭슨홀(Jackson Hole)은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아래에 있는 인구 1만명의 작은 관광 도시다. 지명에 붙은 ‘홀(구멍)’은 깊고 큰 골짜기라는 의미이다. 해발 1940~2100m에 자리잡은 도시 전체가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있다. 이 도시가 1년 중 3일간 전 세계의 경제 수도가 된다. 이른바 ‘잭슨홀 미팅(Jackson Hole Meeting)’ 때문이다. 공식 명칭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미국 내 12개 연방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매년 이맘때 개최한다. 1978년 농업 학술대회로 시작해 1982년부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주최 측이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인 폴 볼커를 연단에 세운 덕분이었다. 낚시광인 볼커는 행사 후 잭슨홀의.. 2022. 8. 30.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쓸 준비를 하던 시절, 교육방송의 ‘장학퀴즈’용 문제를 만드는 알바를 했다. 경제와 환경에 대한 문제들을 주로 냈다. 그러다 영화 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NBC 방송국에서 1958년 발생한 퀴즈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연승을 하던 젊은 컬럼비아 대학의 찰스 반 도렌은 사실 방송국으로부터 질문을 미리 받았다. 이 사건을 파헤쳐서 결국 부정을 저지른 방송국과 출연진을 잡아낸 조사관인 리처드 굿윈은 나중에 케네디의 연설 담당관이 된다. 미국을 뒤흔든 이 스캔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놀랐던 것은 그게 감사원이나 정보기관이 아니라 미국 국회 소속 조사관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국회가? 미국에서는 감사원, 정확히는 회계감사원이 국회 소속이라는 것을 영화를 보고 나서야 처음 알았다. 국.. 2022. 8. 29.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고상한 자본주의, 미몽으로 끝나는가 이기적 동기와 결과로서의 높은 효율은 자본주의의 미덕으로 칭송돼 왔다. 애덤 스미스가 에 쓴 그 유명한 문장처럼 말이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계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기업 활동과 금융시장에서 나타났던 중요한 흐름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이와는 결이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결과로서의 효율뿐만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행동도 규범적으로 혹은 아름답게 하자는 취지가 그것이다. 아름답게 행동하면 결과가 더 좋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편성을 가진 공리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ESG를 준거의 틀로 삼았던 행동과 결과의 경험치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아 판단을 내릴 만한 근거가 .. 2022. 8. 26.
[경향의 눈] 윤석열 정부도 시장 규제는 필요하다 삼성전자 직원의 지난해 평균 월급은 1200만원이다. 1999년 264만원에서 21년간 354% 상승했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임금도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269만원에서 4004만원으로 216% 늘었다. 다른 기업은 어떨까.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통계를 보면 5~299명 중소규모 기업 임금은 190% 올라 GDP 상승률보다 낮았다. 300명 이상 기업 임금 상승률은 289%였다. 국가 전체에서 생산한 부의 가치가 경제주체들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임금 상승률이 높았다.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이 보다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2022. 8. 25.
복합위기 시대와 회복탄력사회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난 등 온갖 불확실성이 중첩되면서 이른바 복합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본래 위기가 끔찍한 것은 그 충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곤 하는 탓이다. 지금도 코로나19에 맞선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이 맞물리면서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빚어지고 있고, 또 이에 맞선 공세적 금리 인상, 게다가 그 여파로 경기침체 위험이 뒤를 잇는 상황이다. 아울러 코로나19라는 자연재해 충격은 더욱 본질적인 기후변화의 위험을 절감케 하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각국 간 갈등은 이미 그 이전부터 들끓던 국제적 긴장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적 경.. 2022. 8. 25.
승자와 패자, 그리고 버려진 자 최근 인플레이션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물가급등 탓에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지만 OECD 공식 통계 기준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근원소비자물가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덜 오른 축에 든다.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생계비 위기인 셈이다. 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특징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 원인이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생산비용이 치솟으면서 이번 인플레이션이 점화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전쟁의 영향을 논할 때에는 서방의 경제제재와 그 배후에 작용하는 미국의 대외 전략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역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강제하며 비용인상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주요국 정부의 재정 .. 2022. 8. 24.
‘한산’에서 보는 동아시아 세계체제 영화 이 화제를 낳고 있다. 전투장면 묘사가 압도적이고, 이순신 장군의 지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내외적으로 어려운 최근 현실과 겹쳐지는 장면들이 많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첫째, 한산대첩은 동아시아 해양사의 중대한 고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영화에서는 일본 측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주요 인물로 떠올렸다. 허구이겠지만, 와키자카는 황해를 거쳐 톈진으로 가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묘사된다. 이렇게 영화는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대결을 통해 임진전쟁의 세계전쟁으로서의 성격을 부각한다. 유성룡이 에서 “한산대첩의 한 번 싸움으로 나라가 보존되고 요동과 천진에 왜군의 발자국이 미치지 못했다”고 기술한 대목을 떠올리게 된다. 와키자카의 실제 위상은 영화에서만큼 높지는 않았다. 와키자카는 고니시 유키나.. 2022. 8. 10.
리더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유 일론 머스크는 참 독특하다. 그의 기행은 주로 트윗인데 2018년에는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만우절 트윗을 했고,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했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기혐의로 피소되어 약 255억원의 벌금을 내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그는 주가, 코인, 증권거래위원회 등에 관한 발언을 계속했고 하비 피트 전 위원장에게 “철 좀 들어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트위터 인수결정을 철회해서 또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머스크가 왜 그러는지 누가 알겠냐마는 우리는 머스크를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번째 교훈은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이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요인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특히, 사람.. 2022. 8. 4.
[NGO 발언대]무분별한 금융규제완화, 국회가 견제해야 윤석열 정부는 7월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디지털화와 빅블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플레이어, 소위 금융의 ‘BTS’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추진과제로 업계 요청을 중심으로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세부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제들은 금융업계들의 요구를 담은 규제 완화 민원종합세트로 판단된다. 금융의 공적 역할보단 수익 논리로 점철된 업계의 요구에 방점을 두다 보니 이 과제들이 시행될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와 금융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가 내세운 금융규제 혁신 과제들에는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즉 금융 소비자 .. 2022.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