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26년 몸담은 기업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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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반도체’ 26년 몸담은 기업인의 외침

by eKHonomy 2019. 4. 18.

지난 12일 ‘비메모리 분야 힘 못 쓰는 한국, 위태로운 반도체의 제왕’ 기사를 쓴 이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26년째 일하고 있는 한 기업가로부터 A4 용지 10장 분량의 e메일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대기업에 입사한 첫해인 1990년대 초반에도 ‘한국의 비메모리 육성 전략’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육성하지 못하는 이유를 ‘왜 한국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해야 하는가 명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진단했다. 왜 해야 하는지 핵심을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다들 ‘인재 육성’ ‘정부 지원’ ‘기업 투자’만 수없이 외쳤다는 설명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왜 육성해야 하는가. 비메모리 반도체는 산업 경쟁력과 동의어나 다름없다.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에 따라 국가의 산업 경쟁력이 확보되느냐, 아니면 다른 나라에 종속되느냐가 갈린다. 예를 들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든다 하더라도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에 속하는 센서 등의 기술력이 없다면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단순히 막대한 돈을 집어넣는다고 일시에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자금을 투입해 10년 이상 기다리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산업이다. 특히 국내 제조업을 다시 키운다는 생각으로 인프라 구축부터 해야 한다는 게 이 기업가의 생각이었다. 당장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에 제대로 된 반도체 생산시설이 없어 외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울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이달 말 정부와 삼성전자 등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투자계획을 발표한다. 이 기업가는 더 이상 돌려막기식 대책은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과연 이번에는 20여년 전 ‘그때 그 전략’과 얼마나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


<임지선 | 산업부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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