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을 위해서도 경기부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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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경제개혁을 위해서도 경기부양 필요

by eKHonomy 2019. 5. 29.

원숭이가 줄을 잡아당기면 바나나가 나오지만 옆방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으로 비명을 지르게 되는 심리실험이 있었다. 자신이 줄을 잡아당기면 다른 원숭이가 고통을 받는다는 걸 알면 원숭이 대부분은 바나나를 포기하고 줄을 잡아당기지 않았다. 실험자는 원숭이의 이런 이타적 행동을 공감 능력 때문으로 해석했다. 


애덤 스미스는 개인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경제 행동을 하지만 사회적으로 조화로운 균형이 달성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인간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도덕 감정을 가져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합당한 수준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할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협동심, 이타심을 갖고 있다고 본다. 진화과정에서 동료에 대한 공감 능력, 협동심, 이타심을 가진 호모사피엔스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고 우리는 생존한 집단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타심은 친지와 동족 등으로 범위가 제한적이며,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스미스의 기대와 달리 우리는 비명 소리가 들려도 자기 이익을 위해서 주저 없이 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을 도처에서 보게 되고, 내면의 도덕 감정 때문에 불편한 마음과 분노를 느낀다. 우리는 자기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사회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냉엄한 세계 경쟁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누군가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있어도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슘페터가 말했듯이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혁신은 기존의 낡은 산업과 생산체제, 일자리를 파괴하고 대체한다. 승합차 공유경제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에서 보듯이 혁신은 성장과 승자만이 아니라 파괴와 패자도 낳는다. 이 문제가 쉽게 결론나지 못하는 것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견해 대립만 큰 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일반 시민들도 소비자 관점의 합리적 계산 판단과 택시기사 피해에 대한 공감과 도덕 감정이 교차해 어느 한쪽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혁신경제가 성공하려면 혁신의 부작용도 잘 흡수·완충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 부작용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고 조만간에 비슷한 조건의 다른 일자리를 얻거나 보상을 받을 때 타협이 가능하고 혁신성장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서도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고 어느 정부보다 사회안전망 강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 확충엔 많은 재정 투입과 시간이 필요하다.


혁신 부작용을 완충하기에는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불황일수록 혁신과 구조개혁의 피해자는 더 결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고, 혁신과 구조개혁은 지체된다. 불황은 자기 보호 능력이 약한 서민에게 더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나라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경기대응을 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둔화될수록 수출의존적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당연히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기부양, 특히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성을 주장하면 단기 경기부양 효과만 있지 경제의 생산 역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국가 재정만 낭비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불황이 심화될수록 모험적 혁신 투자와 기업가 정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혁신의 성공 가능성은 작아지는 대신 혁신 부작용에 대한 반발은 커지기 때문이다.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에너지 전환 개혁을 하려면 단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당연히 불황일수록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에너지 개혁은 어려워진다. 노동시간 단축, 인력 조정을 초래하는 산업 구조조정, 투자 파업을 초래할지 모르는 재벌 개혁, 조세 개혁, 부동산 개혁 등도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추진 동력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3년 동안 추진 동력을 잃지 않고 경제 개혁과 혁신성장을 추진하려면 단기 경기부양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흔들리지 말고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완전고용 상태인데도 인플레이션율이 낮다는 이유로 만족하지 않고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불황이 심각한데도 6조7000억원 추경에서 보듯이 경기대응에 소극적이다. 남은 카드는 통화정책이다. 통화정책이라도 최선을 다하길 기대한다.


<조영철 |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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