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이제 개혁세력이 성장을 이야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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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경제와 세상]이제 개혁세력이 성장을 이야기할 때이다

by eKHonomy 2016. 9. 8.

2016년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 성장하는 데 그쳤고, 7월의 생산 소비 설비투자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금년의 경제성장률도 지난해와 비슷한 2.6%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는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과거 성장시대 대표기업의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을 잡았지만 겨우 3% 정도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다음은 1960~70년대 고도성장을 이루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역시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소위 성장론자로 불리는 관료와 관변 학자들이 정책을 주도하고, 정책의 내용도 비슷하다. 금리 인하를 통한 투자 확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한 경기활성화, 환율인상을 통한 수출증대, 재벌 등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주요 정책이었다. 여기에다 녹색경제와 창조경제라는 산업정책이 추가됐다. 이러한 정책으로 오히려 저성장은 고착되고, 집세와 집값은 오르고, 소득불평등은 더 심화됐다.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 확실하다.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구조가 변하면 성장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을 늘리면 쉽게 성장할 수 있었다. 농촌 등의 유휴노동력을 공장 등 생산현장의 노동자로 전환시키고, 여성 인력을 경제활동인구화하면 노동의 투입이 늘어난다. 이와 함께 직업훈련, 기술교육 등을 확대하면 노동의 질도 어렵지 않게 높일 수 있다. 자본은 차관의 도입과 국민저축 운동, 인플레 유발을 통한 강제 저축 등을 통해 늘릴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늘어난 노동력을 사용하면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한국경제는 대략 1960~70년대 그리고 1980년대 초반까지가 이 시기에 해당된다.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노동과 자본의 양보다는 경쟁력 있는 생산기술과 경영능력, 금융 등의 중요성이 커진다. 경제가 성장하면 당연히 소득과 노동비용이 증가한다. 싸게 만들기도 어렵지만 싸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내수시장도 커져야 기업이 늘어난 생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경우 1980년대 말부터 2000년 초까지 이러한 성장정책이 필요했다.

 

마지막 제3단계로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사회의 신뢰 수준과 정직성 등 사회적 자본이 구비돼야 한다. 이를 받침으로 주어진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해 진다. 한국은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이 거의 없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15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정책의 불투명성,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 정치인과 사법부의 낮은 신뢰도 등이 지적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정책은 경제성장의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고, 두 번째 단계의 정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경제가 선진국 근처에 다다른 것은 많은 국민들이 죽기 살기로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다. 노동자의 엄청난 야근, 영세자영업자의 주 7일 근무 등이 성장의 원천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성장이 가능하지 않고, 경제성장의 목표인 생활 수준 향상도 어렵다.

 

성장정책의 기본 틀이 바뀌어야 할 때이다.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법과 제도를 개혁해 특권 계층의 특혜를 줄이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한국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권계층이 많다. 재벌과 성공한 정치인, 건물주라고 불리는 크고 작은 임대사업자, 의사 등 전문직과 관료, 금융기관 경영진, 교수 등이다. 반대로 비정규직과 파견직,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사업자 등에 대해서는 지원과 보호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탈루소득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제개혁, 국민을 위한 금융 만들기, 경제력 남용방지를 위한 제도개혁, 사법제도의 신뢰성 강화를 위한 개혁 등이 필요하다.

 

이것들이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한국경제에 꼭 필요한 성장정책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개혁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많은 부분 일치한다. 이제 개혁세력이 성장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래야 국민의 실제 살림살이가 좋아지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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