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제 제도’로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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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좋은 ‘경제 제도’로 답하라

by eKHonomy 2016. 4. 20.

지난 4월13일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열망이 반영되어 여소야대, 양당체제 붕괴 등 한국 정치의 지각 변동이 있었다. 정부 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야당의 무조건적인 발목잡기 등이 줄어들 수 있어 정치권의 문제 해결 능력이 조금은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가능성의 시기에 한국경제의 큰 흐름을 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일제 침탈과 분단, 6·25를 겪고 지금까지 이룬 경제적 성과는 대단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57년 67달러에서 2015년 2만7430달러로 증가했다. 과거에 비하면 오늘날의 한국은 많이 좋아졌고, 일부 사람은 한국을 아주 살기 좋은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은 괜찮은 일자리 부족, 불평등과 불공정, 살벌한 경쟁 등으로 인해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탈조선’을 말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한국경제가 현재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에도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결혼해서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고, 기회가 되면 한국을 떠나려 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이 일본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일본처럼 되기도 쉽지 않다. 일본은 1995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었고 2009년까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현재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다. 여기에다 복지와 사회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었고, 부동산 거품은 제거했고 금융자산을 축적해놓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노후준비가 잘 된 노인인 셈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태에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있다. 복지와 인프라는 크게 부족하고 부동산 거품은 여전하고 지정학적 위험마저 크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3% 전후를 맴돌고 있으며, 머지않아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국가의 최대 성장능력, 즉 잠재GDP 수준을 결정하는 노동 자본 생산성의 개선 전망이 별로 없고 오히려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노동을 보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등으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또 직업 간 종합적 보상격차가 과도하게 커 전문직 공무원 공기업 등 좋은 직업에만 구직자가 몰린다. 반면 취업준비생은 많지만 지방기업과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어진 노동력마저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구조이다.


신흥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_경향DB


자본은 GDP 대비 자본스톡 비율이 2006년경부터 3배를 초과하여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경제 전체로는 자본스톡 증가 필요성이 크지 않고,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세제 혜택 등의 투자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즉, 자본을 늘려 잠재GDP 수준을 높이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보다 잠재GDP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의 신뢰 수준, 법과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국민의 정직성 등에 의해 결정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신뢰성, 투명성, 공정성 등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과거에는 좋은 장비를 쓰고 선진 생산기술을 도입하면 생산성을 쉽게 높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한계에 왔다. 법과 제도의 공정성, 국민의 정직성 등을 높일 수 있는 개혁이 없으면 거래비용과 감시비용 등의 증가로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

미래는 현재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한국경제의 미래는 일본과 남미 국가의 중간 정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넘었으나 이후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국민소득은 2만7340달러로 2014년 2만8070달러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2015년에는 특별한 위기가 없었고 금리 인하와 추경, 부동산 띄우기 등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제 기존 정책으로 국민소득을 늘리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지금이 가장 잘살았었을 때가 될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은 근면하고 교육열과 성취 욕구가 아주 높다. 좋은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면 한국경제는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제도와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정치이다. 크게 바뀐 정치지형이 이를 감당해주었으면 한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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