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최악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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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한국경제의 최악 시나리오

by eKHonomy 2016. 2. 3.

2016년 들어 한국경제와 주변 여건이 더 나빠지면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부쩍 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필요한 때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위기상황을 설정하고, 위기의 정도에 따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을 검증해보는 작업이다. 이는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의 설정, 계량 모델 등을 이용하여 시나리오별 수출이나 국민소득 등의 감소 규모 추정, 경기 위축에 따른 고용과 소비의 감소 등 2차 파급효과 추정 등이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다. 많은 연구 인력을 보유한 대형 경제연구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는 몇 개의 중요 사건에 대한 간략한 시나리오만 갖고 큰 흐름을 점검해보자.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은 부동산과 가계부채, 기업의 부실화, 북핵 등 남북관계, 중국경제의 경착륙, 미국의 금리 인상, 원유가격의 추가적 급락, 신흥국 경기침체 등 아주 많다. 이 중 중국경제의 경착륙,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남북관계의 경색 세 가지가 잘못되면 한국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첫째 시나리오는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의 성장이 얼마나 나빠질까이다. 2000년대 중후반 두 자릿수 성장을 했던 중국경제는 2014년 7.3%, 2015년 6.9%로 성장률이 떨어졌고, 2016년 6.5% 내외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경제의 침체는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 의존한 브라질, 호주 등 세계 다른 나라의 경기 둔화와 함께 이들 나라에 대한 한국의 수출도 위축시킨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2015년 한국의 수출은 8% 감소했다. 중국이 2016년에 예상보다 크게 낮은 5%대나 5%를 밑도는 성장을 한다면 한국의 수출은 2016년에도 크게 감소할 것이다.

2016년에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나온 한국의 성장 전망치 3%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또한 중국 증시는 폭락하고, 중국 주가지수 관련 ELS 등의 투자자는 손실이 클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외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에 영향을 줄 12월 국내외 변수_경향DB


둘째는 지난 12월 0.25%포인트 올려 제로금리를 벗어난 미국 정책금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오르느냐이다. 2016년 세계경제는 미국경제는 좋아지고 다른 나라 경제는 회복이 지연되는 탈동조화(decoupling)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정책금리는 미국경제의 회복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04년 5월 1%에서 2006년 6월 5.25%까지 17번에 걸쳐 총 4.25%포인트 오른 적이 있다. 이번에는 2004년 당시만큼 빠른 속도로 오르지는 않겠지만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정책금리는 1.5%이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이 수준에 가까워지면 한국도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기 어렵다. 외자유출 등 외환시장의 불안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금리가 오르면 그간 늘려온 가계부채, 지연된 기업 구조조정, 누적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충격으로 먼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오랫동안 미봉책으로 돌려막은 한국경제의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셋째는 연초 불거진 북한 4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얼마나 경색되느냐이다. 예전처럼 긴장 수위만 조금 높아지는 정도면 경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또 다른 강한 도발이나 국지전이 발생하면 사태의 강도에 따라 경제에 대한 충격은 커진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시에도 외화자금 조달비용 상승, 외국인 방문객과 관광객 감소 등의 피해가 있었다.

최악의 경우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기와 남한의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구소련 체르노빌 지역과 같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겠지만 통일될 것 같지는 않다. 남한은 그간 힘들여 모아놓은 외환보유액을 다 쓰고 산업시설도 대부분 파괴되어, 식량과 에너지 등을 해외 원조에 의존해야 될지 모른다.

중국경제, 미국 금리, 남북관계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면 한국경제는 매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될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은 찾기 어렵다. 1997년과 같이 점검회의 몇 번 하고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 위기는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아니면 6·25 때처럼 대통령은 도망가고,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국민을 속이면서 한강 다리를 폭파하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

국민 각자가 알아서 위기를 대비하고 살길을 찾아야 할 때가 오는 듯하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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