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이것 하나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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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정대영 칼럼

이번 선거에 이것 하나만이라도

by eKHonomy 2016. 3. 16.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한국경제는 일자리 부족과 집세 폭등, 소득불평등, 성장둔화 등 어려움이 아주 많다. 각 정당은 서로 국민을 잘살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요란하게 내놓고 있으며,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모두 자신이 최고의 인물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선택 기준을 제시고 있다. 그러면 어떤 정당, 누구를 뽑아야 국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을까? 원론적으로는 각 정당의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확인 평가하여 제대로 된 정책이 있고, 이를 잘 추진할 정당과 정치인을 뽑으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은 매우 어렵다.

한국의 정당이나 정치는 정책보다는 사람과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비박과 진박의 대결, 친이와 친노의 청산 등이 선거의 최대 관심거리가 되어 있고, 영남 패권주의와 호남정치가 정치판의 기본구도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한국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이를 해결하는 정책 대안에는 관심이 없다. 국민의 눈길을 끌고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 모으기와 정치구호 만들기에 주력할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의사회구현’, ‘국민행복시대’, ‘747’보다 더 듣기 좋은 구호가 나올 것이다. 물론 수많은 정책이 포함된 두툼한 공약집도 구색을 갖추기 위해 나오겠지만 국민의 관심도 별로 없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평가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조금씩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하나의 정책대안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정치인들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갖지 않는 정책이라면 더 좋다.

정권별 전국 집값·전세값 상승률과 주택 인허가 추이_경향DB

이런 정책을 공약으로 채택한 정당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의를 세우고, 국민의 살림살이를 개선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또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는 하나의 정책대안은 없을까?

주택임대소득에 정상 과세하여 폭등하는 집세를 안정시키고 늘어난 조세수입으로 경제력이 약한 세입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여기에 가깝다. 주택임대소득은 전형적인 불로소득인데 한국에서는 거의 과세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6월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법상 주택임대소득 과세기준마저 더욱 후퇴시켰다. 주택임대소득은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과 비슷한 정도로 과세되어야 경제정의에 부합된다. 주거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집값과 집세가 너무 비싸 세입자의 경제적 고통이 크다. 집세가 일반 물가나 소득보다 더 많이 오르면 세입자는 그만큼 자신의 소득을 빼앗기는 것이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도 오른 집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집값과 집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집값 등 높은 부동산 가격은 기업의 투자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오른 전셋값과 월세 부담으로 서민들은 정상적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외형적인 반대는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되어 집세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적 실증적으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론적으로 세금부과 때 공급물량이 축소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는 세금 전가가 어렵다. 주택은 임대소득이 과세된다 하더라도 관리부담 등으로 세를 놓지 않고 비워두기 어려워 세금전가가 쉽지 않다. 현실에서도 2014년 상반기 월세 수입에 대한 과세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세물량이 늘고 집값과 집세가 일시 안정되었다. 만에 하나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로 집세가 오른다 하더라도, 늘어난 조세수입으로 세입자를 지원하면 된다. 이 경우 조세수입의 증가효과는 줄겠지만 임대소득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는 남는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것 하나만이라도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실질적인 살림살이가 조금은 좋아질 것이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미국 일본 유럽국가들이 모두 실시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들은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정상과세를 공약으로 채택하지 않을 것 같다. 임대소득자와 다주택자 등의 반발로 표 잃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이든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적극 추진할 의사를 보인다면 이번 선거는 한결 편하게 투표할 수 있을 것 같다. 덜 나쁜 정당, 덜 나쁜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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