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임종룡 금융위원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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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경제와 세상]임종룡 금융위원장께

by eKHonomy 2016. 11. 3.

어제 깜짝 개각 발표가 있었다. 핵심은 김병준 총리, 임종룡 경제 부총리 등용이다. 이 가운데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이미 정치권의 입장과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평가가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필자가 첨언할 것은 없다.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은 상황이 다르다. 본인이 사실상 지명을 수락한 것처럼 보이고, 이미 언론에서는 후임 금융위원장에 대한 하마평까지 번지고 있다. 금융 분야를 전공하는 필자도 임 위원장에 대해서는 먼 발치에서나마 그 행적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번 개각과 관련하여 임 위원장께 간단한 개인적 차원의 편지를 쓰는 것으로 소회와 요청을 담고자 한다.

 

신임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임 금융위원장님, 언론을 통해 경제 부총리 내정자로 지명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민심이 흉흉하고 국가 경제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지금, 새로운 경제 부총리는 이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닥쳐오는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외람되지만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최순실씨 사태와의 관련성 부분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당초 계획에도 없던 ‘크라우드 펀딩’ 관련 홍보 영상을 추가로 제작하면서, 이를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씨와 관련된 아프리카픽쳐스에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는 방식으로 발주했으며, 그 거래대금조차 다른 금융 관련 기관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다 잘 알아서 처리하셨겠지만, 이 부분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의혹이 잘 마무리되기 이전에 최순실씨 사태의 파장을 수습해야 할 경제정책의 수장을 맡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숙고를 부탁드립니다.

 

둘째, 국유재산 증발 부분입니다. 금융위는 작년까지 대우조선해양 주식 12.15%를 보유한 상법상의 주요주주였고,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이기도 한 산업은행에 대한 공식적인 감독권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주식 가치가 몽당연필이 되고 그 과정에서 국유재산인 금융위 보유주식의 가치는 증발해 버렸습니다.

 

마땅히 금융위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인지하고도 편법적 지원을 택했던 작년 10월 서별관회의의 문제점은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면 아마도 청문회의 대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정확히 1년 전인 작년 11월4일자 본란 칼럼에서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정공법으로 풀라고 주문했었습니다. 그때 이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아마도 지금 대우조선해양의 진로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국민의 부담도 훨씬 줄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않은 결과, 지금 앞길이 구만리 같은 금융위의 젊은 실무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덮기 위해 ‘영구채 한쪽은 자본이고 동시에 다른 한쪽은 부채’라는 해괴한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골몰하는 형국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이해당사자인 임 위원장께서 경제정책의 수장이 되는 것이 과연 이 문제를 제대로 푸는 방법일지 숙고를 부탁드립니다.

 

셋째, 그밖에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시중에는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많습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분식회계가 문제가 되어 회계법인의 관련자가 어제 구속되었습니다. 그런데 회계제도의 투명성을 구현할 궁극적 책임은 금융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위원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심지어는 위원장님께서 한때 경영을 총괄하셨던 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금융기관들이 여신을 통제하던 조선업과 해운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다가 그것이 부실화되어 경영건전성과 유동성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세간에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억지 주장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런 지적이 적절한 것이건 그렇지 않은 것이건, 이런 상황에서 경제 부총리의 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숙고하시는 것이 더 바람직한 국가 공복의 자세일 수도 있습니다.

 

임 위원장님의 금융 지식과 정책 경험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주변이 정리된다면 아마도 이런 기회는 다시 주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이 그러한 때인지 숙고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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