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내가 보고 싶은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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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경제와 세상]내가 보고 싶은 대선 공약

by eKHonomy 2016. 12. 15.

2016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함께 저물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 현안도 함께 저물어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편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과제가 도사리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과거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후속 처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미래를 보려고 한다. 경제 현안이 간단하거나 음습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차피 대부분이 새 정부에서 밝히고 추궁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저성장·노령화 사회에서 작동할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선이 준비 없이 도둑처럼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이 칼럼난을 통해 필자가 바라는 새로운 경제체제의 모습을 ‘내가 보고 싶은 대선 공약’이라는 제하로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1탄이다.

 

필자가 보고 싶은 첫 번째 공약은 부동산세 도입이다. 기본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세 대상은 모든 개인과 법인이 보유한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이다. 과표는 최대한 시가를 반영하고, 하한은 두지 않되, 누진구조를 두어 부동산을 조금 가진 사람의 세금 부담은 적절한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그 대신 이 부동산세가 도입되면 모든 기업의 법인세는 철폐한다. 소득세는 세수 부족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완전히 철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경감하여,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의 총 세금부담이 과거와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맞춘다.

 

필자가 이 공약을 보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저성장 사회에서 최우선 정책 과제는 성장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생산 계층에 대한 최대한의 지원’에 정책의 최고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생산성과에 대한 세금은 깎아주고, 생산비는 값싸게 해주는 것이다. 부동산세는 이윤과 소득을 창출하는 법인과 개인의 세금은 깎아주고, 토지가격과 임대료 인하를 통해 주요 생산비를 절감시켜 준다는 점에서 생산친화적 조세체계이다.

 

두 번째, 부동산세는 세대 간 부의 이전에서 초래되는 세대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대친화적 세금체계이다. 앞으로 노령화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될수록 노년층에 대한 의료 및 기타 복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일 이 재원을 현재처럼 소득세와 법인세로 충당한다면 ‘생산행위에 대한 조세적 처벌’이라는 생산 왜곡 현상뿐만 아니라,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청장년층과 복지수요를 유발하는 노년층 간에 ‘세대 간 부의 이전’이라는 왜곡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세는 주로 노년층으로 구성된 ‘땅 부자’에 대한 세금으로 노년층의 복지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재정구조보다 훨씬 더 세대친화적이다.

 

세 번째, 부동산세는 신생 벤처 기업과 청년층처럼 경제활동을 막 시작하는 주체들의 출발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기업의 출현과 혁신을 장려하고, 청년층은 취업, 결혼, 출산 등에 대해 현재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저성장·노령화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거의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 말하면 “여봐라” 하고 손 흔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필자는 환영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긍정적인 토론의 장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예상되는 반론에는 미리 살짝 답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 조세의 전가 문제이다.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면 임대료가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다.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우선 개인과 법인의 자체 보유 부동산에는 전가 문제를 거론하기 힘들다.

 

상업용 건물의 임대료에 대한 전가 문제는 수요와 공급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보아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과연 건물주의 교섭력 우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다른 반론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터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은행으로 손실을 집중하고, 필요하면 최소한의 증자 지원을 해 줌으로써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본질적인 측면에서 부동산 가격은 어차피 떨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마치 이 정책을 쓰지 않으면 부동산의 하락이 없었을 것처럼 주장할 수도 없다.

부동산세는 이 문제를 회피하며 기도하는 대신 이를 꽉 깨물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정책일 뿐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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