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경제제언](하)경제민주화 뒷받침할 사회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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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신년경제제언](하)경제민주화 뒷받침할 사회민주화

by eKHonomy 2017. 1. 23.

이번 칼럼은 상·중·하로 구분된 신년 기고의 마지막 편이다. 이번에는 경제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 민주화 과제를 살펴본다.

 

첫째, 대학교육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대학교육은 인적 자본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정책은 대학의 자율과 창의 그리고 책임이라는 여러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자율성과 정부 지원 간의 관계를 잘 정렬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자율을 원하는 사립대학은 그렇게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국가는 학교법인이 일반적인 공익법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일반적이고 최소한의 규범만을 강제하면 된다. 이사도 맘대로 뽑으라고 하고, 기여입학제도 허용한다. 반대로 대학이나 그 소속의 연구자가 한 푼이라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가 추가로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사 중 일부는 개방이사를 선임하고, 대학평의회에도 실질적인 대표성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학생균형 선발, 시설 기준과 교수 충원율 제고, 취약학문 보호 등에도 유의해야 한다. 요약하면 “정부 돈 받기 싫으면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해도 되고, 정부 돈 받으려면 정부가 원하는 교육 방식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 돈은 유수의 사립대학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규모가 되어야 하고, 정부 돈을 배분하는 원칙과 과정이 투명해야 제2의 이화여대 사태가 없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 국민연금 개혁이다. 현재의 국민연금은 일정 시점을 기해서 중단하고 새로운 국민연금을 시작한다. 현재의 국민연금은 은퇴계층이 자신들의 기여와 국민 경제의 지급여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아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연금회계상 세대간 형평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만일 기금의 파산 시기를 미루기 위해 현재의 청장년층에게 돈을 더 걷는다면 이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연금은 중단해야 마땅하다. 중단한 연금은 10개 정도로 쪼개어 개별 연금가입자가 지정한 적격 자산운용사에 자산과 부채를 이전한다.

 

새로운 연금은 2개 층위로 구성한다. 은퇴계층의 최소한의 생활보장은 사회보장세로 조성한 재원을 활용해서 누구에게나 무조건 일정액을 제공한다. 두 번째 층위는 연금가입자가 개별적으로 지정한 적격 자산운용사가 연금 계정을 운영하고 그 실적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납입 재원은 본인과 기업주, 그리고 일부 취약계층의 경우 국가가 함께 부담하도록 한다. 중단된 연금이건 새로운 연금이건, 연금가입자는 아무런 제약 없이 연금계정을 다른 적격 자산운용사로 이전할 수 있고, 충실의무를 위반한 운용자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을 허용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세대간 부의 이전을 최소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보장은 공동체가 부담한다는 공적부조의 취지를 구현하고, 연금 자산 운용에 대한 연금가입자의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로 뇌물·횡령·배임·탈세·자금세탁 등 재산 범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의 구분을 없애고, 국내 공무원에 대한 뇌물과 해외 공무원에 대한 뇌물의 처벌상의 차이도 없앤다. 무엇보다 “범죄에 연루된 이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유효하게 환수하기 위해 ‘민사적 환수제’를 도입한다.

 

민사적 환수제란 범죄의 확정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사람이 범죄에 연루된 이익을 향유하는 경우 (그것이 진정한 선의취득이라고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이익을 민사 소송을 통해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죄의 유죄 판결이 없다고 하더라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 자체가 대통령 등의 강압에 의해 부당하게 진행된 것이라면, 이재용 부회장이 향유하는 수익은 범죄에 연루된 이익이 되어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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