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과 정부조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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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금융개혁과 정부조직 개편

by eKHonomy 2017. 3. 30.

어느덧 새 정부의 출범이 약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금방이다. 따라서 대선후보들과 각 정당은 집권 그 자체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집권 이후의 국정 활동에도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정 준비의 기본은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그 구체적 표현은 정부조직 개편이다. 금융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이 제 구실을 못함에 따라 금융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이번에는 금융개혁의 핵심 취지를 꼭 정부조직 개편에 반영해야 한다.

 

새 정부가 채택해야 할 금융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그것은 ‘관치금융의 청산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이다. 이 방향은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금융사고와 낙후된 금융현실 속에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내용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금융권 낙하산 인사와 국민 세금만 먹고 있는 부실기업 처리를 보고 맘속으로 한껏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관치금융이 금융 발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양그룹 사태와 신용카드 정보 유출사태, 그리고 최근의 생보사 이차 보전금 분식회계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잘 보호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려면 관치금융의 뿌리를 자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재정립해야 한다.

 

관치금융 근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치금융의 본산인 현재의 금융위원회를 철저하고 완벽하고 실질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금융위를 해체할 뿐만 아니라, 적당히 간판만 바꿔 달아 은근슬쩍 금융위 관료 조직을 잔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김영삼 정부가 했던 하나회 해체만큼 어려운 일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하나회 해체는 하루아침에 전격적으로 ‘거사’를 치르는 방식으로 할 수 있었지만, 금융위 관료조직의 해체는 정부조직법 개정이라는 입법 과정을 통해 ‘드러내 놓고’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새 정부의 추진력과 관료집단의 로비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실패하면 새 정부는 그날부터 ‘호갱님’으로 전락하고 관료의 손바닥 위에서 광대춤을 추게 될 것이다.

 

관치금융 청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부조직 개편에 반영해야 하는가? 금융감독 기능은 모두 민간의 공적 금융감독기구로 넘기고 정부는 금융시스템의 안정,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등 꼭 정부가 해야 할 역할만 수행해야 한다. 현재의 기획재정부 내에 ‘금융정책국’을 신설하고 그 아래에 금융시스템과(거시안정), 공공금융과(국책금융기관 감독, 정책금융), 금융소비자과(금융소비자 보호) 정도를 두면 된다. 그리고 금융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시장조사분석국’을 두어 금융시장분석과(현재 금융정보분석원이 수행하는 자금세탁 혐의 거래 분석), 금융시장조사과(시세조종, 분식 등 자본시장 부정행위 방지)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하면 된다.

 

이 경우 현행 기재부가 공룡부서가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런데 혹자는 이참에 금융조직을 모두 모아서 금융부로 확대 독립시키자는 위험한 발언을 한다. 이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이것은 관치금융 청산이 아니라 관치금융 만발이라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처사이고 금융개혁이 아니라 금융후퇴다. 따라서 기재부를 분리한다 할 경우 가능한 방법은 예산 기능의 분리이다.

 

기재부를 개편한 다음 현재 금융위가 수행하는 나머지 모든 기능은 원칙적으로 공적 금융감독기구에 넘기거나 금융시장과 법원에 맡겨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권에 대한 감독과 검사, 제재는 모두 공적 금융감독기구가 담당하도록 한다. 그리고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업무는 원칙적으로 금융시장과 신설된 도산전문법원이 담당하도록 하되, 어떤 이유로 정부가 회생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기업은 도산절차 내에서 국책금융기관을 투입해서 인수하도록 하고 투입과정을 법원이 감시하도록 한다.

 

공적 금융감독기구는 과거처럼 현재의 금융위 관료조직이 사무국 신설이라는 변칙적 형태로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행처럼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법인 내부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 내부에 금융감독위원회를 두는 것이 그것이다. 이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쌍봉형 체제를 선택할 수도 있고, 혹시라도 그것이 조심스러우면 금융소비자보호원 형태로 별도 조직으로 분리시킬 수도 있다.

 

금융개혁은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 시도하려다 실패한 난제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나라를 위한 국민적 여망은 어느 때보다 높다. 새 정부의 분발을 기대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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