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과 낙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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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특종과 낙종 사이

by eKHonomy 2017. 6. 8.

이 글은 ‘경제와 세상’ 코너를 통해 독자와 만나는 마지막 칼럼이다.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며칠을 고민했다. ‘장고 끝에 악수(惡手)’라고 어쩌면 횡설수설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선 전제할 것이 있다. 첫째, 필자는 ‘문빠’가 아니다. 입증 자료? 필자는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있었다. 둘째, 필자는 교수직 이외에 ‘공직’에 관심이 없다. 선출직이건, 임명직이건 관심 없다.

 

오늘의 주제는 ‘단독 보도’다. 우리 같은 옛날 사람에게는 ‘특종’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다른 언론사가 알아내지 못한 중요한 팩트를 독점적으로 취재하여 보도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 과정에 경쟁이 붙을 수 있고 다른 언론사가 새치기를 해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낙종(落種)’을 맛볼 수도 있다.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특종으로는 외환은행을 소유했던 론스타가 일본에 수조원대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어서 산업자본에 해당한다는 2011년 5월25일자 KBS 9시 뉴스가 있다. 이영섭 기자의 특종이었다. 필자는 나중에 이 사실을 처음 발굴한 사람 손에서 해당 자료가 이영섭 기자에게 넘어가기까지의 영화 같은 과정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자료 확인하고, 방송화면 준비하고, 관련자 인터뷰 따는 데 3주 정도 걸렸다고 했던 것 같다.

 

필자가 접한 가장 최근의 단독 보도 홍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단독 보도는 론스타 보도와는 달리 충분히 익지 않은 ‘날것’에 가까웠다는 느낌이 강하다. 과연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한 것인지, 또 기사가 가리키는 전반적인 방향이 실체적인 진실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그것이 단독 보도라는 훈장을 달고 나갈 만큼 비중있는 내용을 다룬 것인지에 대해 회의가 앞서는 보도들이 많았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날짜가 사전에 고정된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보도라서 오랫동안 팩트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공직대상자에 대한 보도이므로 상당한 수준의 의혹이 있다면 그에 대한 팩트 확인은 언론의 몫이 아니라 공직대상자의 몫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그런 부분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공직대상자의 해명이 없거나 충분하지 않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때가 어렵다. 팩트 확인을 끝까지 해서 제대로 된 단독 보도를 할지, 아니면 일단 의혹 제기 수준의 보도라도 먼저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팩트 체크 여부에 따라 의혹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한 ‘위장전입’ 의혹을 보자. 여기에는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김 후보자가 해외 연수를 위해 7개월 동안 다른 곳에 주민등록을 둔 적이 있다. 해외 연수도 사실이고, 주민등록 일시 이전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것이 위장전입에 해당하는가이다. 단순히 주민등록과 실제 거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위장전입이라고 정의한다면 이것은 의혹이 아니라 팩트다. 단독 보도의 대상일까? 글쎄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위장전입이라는 용어에는 단순 법위반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일 거주 불일치라는 팩트에 더해서 부동산 투기나 학군 배정 등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목적이 더해진 것을 위장전입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사실은 의혹이 될 수 있지만, 왜 7개월의 주민등록 이전이 부동산 투기 또는 학군 배정과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 가능성 정도까지는 정리가 되어 보도되어야 한다. 두 번째 상황은 조금 더 본질적인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은마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았음에도 서류상으로 주민등록만 그리로 옮겼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단순히 주민등록법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위장전입의 전형적인 목적인 부동산 투기나 학군 배정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때 언론이 어떤 팩트를 ‘계기’로 하여 ‘위장전입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보도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몇 가지 알려진 팩트가 있기는 하다. 전세계약서 등 거기에 살았다는 적극적 입증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소극적 팩트’가 있다. 즉 ‘거기 살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추가 취재를 해도 입증도 반증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하자. 그럼 단독 보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이 횡설수설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필자는 경향신문이 앞으로 비판과 책임의 두 가지 사명을 잘 조화시키면서 훌륭한 언론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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