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종교집단을 빙자한 극우세력들의 망동으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태가 악화되면서 이제는 전국 확산의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이를 악물고 버텨온 서민들과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리라.
현재의 경제위기는 경제펀더멘털의 약화나 자산 버블의 붕괴 등에 의해 초래된 게 아니라 전적으로 감염을 피하려는 물리적 거리 두기에 의해 유발된 것이다. 지난주 열린 <2020 경향포럼>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가 코로나19의 치료법이나 백신만 개발되면 경제는 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위기를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구별짓는 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제펀더멘털이 심각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한 정책대응은 그만큼 더 중요해진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매우 잘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2분기 자료가 이를 잘 보여준다. 경제위기를 겪을 때 통상 확대되는 소득격차가 이번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분배는 다른 경제위기 때처럼 악화되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분배는 개선된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처분가능소득의 증감률이 모든 분위에서 시장소득의 증감률을 크게 웃돌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과감하게 사용한 공적이전소득의 효과 때문이다. 특히 최하층인 1분위의 경우 시장소득 증감률은 -17.2%로 가장 크게 악화되었으나 처분가능소득 증감률은 +12.6%로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 소득5분위 배율(1분위소득에 대비한 5분위소득의 비율)을 살펴보면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어떤 소득으로 측정하던 상관없이 이 배율이 모두 증가한 반면 이번에는 시장소득의 5분위배율은 19.6% 증가했지만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은 -7.7%로 감소했다.
돌이켜보면 위기별로 정부의 대응방식이 달랐다. 외환위기 때는 정부가 부실기업을 정리하면서 노동유연화와 고용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대량해고가 일어났고 실업자가 발생한 가계에 정부가 지원한 정책은 공공근로의 제공이나 실업자 대부가 고작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법인세를 인하했으며 임금삭감을 시도하였다. 또 내수회복을 위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소득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인하를 단행했다. 모두 고소득자와 자산가에게 유리한 정책들이다. 반면 이번에는 정부가 금융안정패키지에 100조원, 기간산업안정자금으로 40조원을 조성하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4조원을 사용했다. 그리고 고용유지지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확대했으며 저소득층과 돌봄을 위한 쿠폰을 대규모로 발행하였다. 공적지원금을 과감히 늘린 게 효과를 본 것이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지난 2분기에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내수 위축을 타개하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었다는 억지 주장까지 펴고 있다. 또 고소득층에 가장 많이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왜곡된 주장도 펴고 있다. 고소득가구일수록 가구원 수가 많고, 저소득가구일수록 가구원 수가 적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다. 이는 마치 라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억지 주장과 논리구조가 동일하다.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인데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당연히 라이터도 많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대규모 부도와 대량해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도 2차 재난지원금과 고용안정지원금 지급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을 조속히 편성해야 한다. 정부부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린 과잉유동성으로 초래된 버블이 경제의 약한 고리에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가계부채는 통상 공공금융기관으로부터의 부채인 가계신용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 부채를 합하면 가계부채는 공식통계보다 훨씬 많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금융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버블붕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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