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두 자릿수로 줄었다. 정부 당국의 분투, 의료진의 헌신 그리고 시민의 노력으로 급한 불을 껐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이 더 평등하고 활력있는 개방국가로 자리 잡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코로나19 위기에 마주치면 누구나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건물주이고 재벌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의 힘으로 ‘COVID-19’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은 국가 자원을 어디에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이다. 이 숫자는 미국이 198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도달하지 못한 수치이다. 미국의 채무 비율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105%이다. 짠돌이 독일도 60%이다.
한국 재정의 놀라운 건전성은 역설적으로 국가의 태만이다. 나라 곳간을 풀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직접 민생을 지원해야 한다. 임차료를 내려준 일부 착한 건물주만을 지원해서는 안된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임차인 모두에게 직접 월세를 지원해야 한다. 식당 손님이 끊겨 해고당한 식당 ‘이모’들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 보험회사 콜센터 노동자들과 5인 미만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방역에 필수적인 사람 사이의 거리 두기를 지속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나라의 차이와 색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책을 발표하면서 ‘긴장 푸시라. 다 지나갈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불과 사흘 후 그동안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던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에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때로부터 7주 동안 미국의 검사는 모두 7000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하루 검사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800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이 없거나 부족하여 코로나19 진료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한의 의사인 리원량이 코로나19 발생을 최초로 알리는 용기를 억압하는 대가로 우한시를 봉쇄해야만 했다. 우한을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가슴에 담아야 하는 교훈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서는 중국 모델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지난 6일에야 국민건강보험을 코로나19 검사에 적용하였다. 그 조건이 37.5도 이상 발열이 4일 이상 지속되는 사람(고령자는 2일)으로 의사 판단하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일본의 관료주의는 코로나19의 동시 다발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본 모델의 위기이다.
한국은 신속하게 대규모로 검사를 실시하였다. 확진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였다. 확진자 폭증을 감수하고 신천지 관련자들을 검사하였다. 언론도 표현의 자유에서 제약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국제적으로도 코로나19 대응 모범 국가로 평가받았다. 이는 세계 경제 주체에 한국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중국의 경쟁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숙제를 갖고 있었다. 중국의 경쟁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듯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해 중국산 제품의 국제 가격을 억지로 낮추는 데에서 나오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력에 주로 의지하지도 않는다. 중국 기업은 화웨이나 DJI 드론에서 알 수 있듯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생산해낼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을 갖추었다.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은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공공부문 발전에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개방 인권국가로 자리 잡을 때,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서 이루어진 혁신을 잇는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같이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는 환경 변화에서도 한국은 국제적 혁신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군사주의의 모순을 드러낸다. 미국의 열악한 건강보험은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력을 투입하느라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하는 데에서 생겼다.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올 2월에 저강도핵무기를 잠수함에 실전 배치하였다. 이러한 군사주의 모순은 미국만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의 국방비는 연 50조원이다. 가구가 부담하는 대학생 학비가 연 10조원이다. 국방비를 20%만 줄여도 대학교 무상 교육이 가능하다.
한국은 일상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어떤 한국 모델을 내놓을 것인가는 한국사람의 몫이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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