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이다. 서류전형 합격자에겐 면접이 기다리고 있는 가을이다. 서류전형 통과도 힘겨웠지만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매년 기업이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묻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아모레퍼시픽이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물어 ‘국정화장품’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이 채용 과정에 필요한지 의문이다. 채용 절차가 마련돼 있는 건 기업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다. 기업과 같은 정치적 견해를 갖는 사람을 뽑자고 마련된 제도가 아니다. 어떤 정치 성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일을 잘한다는 통계자료나 연구결과물도 없지 않은가.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직무와 지원자의 특성이 맞는지,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등만을 판별해내면 된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2016 하반기 글로벌 취업상담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질문으로 피해를 보는 건 취준생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마치 퍼즐의 한 조각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자기소개서에 자신을 꿰맞추고 있는 데다, 본인의 정치적 견해도 기업과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일은 본인의 양심과 소신, 생각을 포기하는 과정이 아니다. 영혼을 파는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년 누구나 자유로운 정치적 아이디어와 철학을 갖고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 이를 말할 자유도 있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로이 드러낼 수 있다고 헌법은 규정한다.
그럼에도 기업은 정치 관련 질문으로 획일화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혹자는 ‘정치적 질문은 수많은 질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 않으냐, 기업도 그 질문이 당락을 직접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느냐. 소신껏 답변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취준생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청년실업률은 매달 ‘역대 최고’를 갈아치우고 있다. 취준생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면접 기회를 한번 얻기도 힘들다. 응시자들은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배제하고 최대한 ‘기업친화적’으로 말할 것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구글은 면접을 많이 보기도 하고 면접이 어렵기로도 유명하다. 지난여름 구글코리아에서 진행하는 강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구글은 입사 면접에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구글은 주로 그 사람의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본다고 한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 따위를 묻지 않고, 그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공채 시즌인 지금, 구글에 창의적 인재가 모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정한 인재를 얻으려는 국내 기업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나경렬 | 대학생·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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