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눈]한진해운 공중분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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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경향의 눈]한진해운 공중분해의 재구성

by eKHonomy 2016. 11. 10.

한진해운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나 사실상 청산 과정이다. 세계 7위, 국내 1위의 해운사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진해운 청산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다. 채권단의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중단은 급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국정농단의 주모자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청와대 관계자까지 개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외부압력설을 시인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여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해 대기업 총수와 만나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7개 그룹 총수를 불러 지원을 당부했다. 당초 대상은 10대 그룹, 출연금은 600억원이었다. 미르재단 창립(10월27일)을 코앞에 두고 박 대통령이 “재단의 취지가 좋으므로 대상 기업과 모금액도 늘리자”고 해 30대 기업 1000억원으로 증액했다고 한다. 삼성 125억원을 비롯해 현대차, LG, SK, 롯데 등은 10월까지 미르재단 할당 금액을 출연했다. 한진그룹이 낸 돈은 10억원. LS(10억원)나 KT(11억원) 수준이다.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하역을 마친 한진 화이트호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올해 K스포츠재단 출범(1월13일)을 앞두고 사달이 났다. 조 회장이 최씨에게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이나 현대차, LG, SK, 롯데, 한화, 신세계 등 대기업은 지난해 말과 올초 출연금을 냈는데 한진은 거부했다. 조 회장은 이미 동계올림픽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했는데 추가로 내기는 어렵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에 3000억원대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를 맡기는 것도 조 회장이 개입해 무산됐다고 한다. 미르재단 출연금도 적었던 데다 K스포츠재단에는 아예 돈을 내지 않았고 더블루K의 사업을 방해한 조 회장이 최씨에게 곱게 보일 리는 만무했다.

 

아마도 최씨가 조 회장과 한진해운에 대한 조치를 준비했다면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지난 3월 교착상태에 있던 현대증권 매각이 급물살을 탔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보다 더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작업 난항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런데 현대증권은 KB금융지주에 예상치를 월등히 넘어서는 1조2500억원에  매각됐다. 이는 전년도 매각 실패 금액(6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 서는 것이다. KB금융 측이 너무 고가에 매입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일한 경력이 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도 나왔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빌린 3700억원을 갚고도 9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보다 우위에 놓이게 됐다. 시중에는 현대 현정은 회장이 최씨와의 사적인 모임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돈다.

 

이어 지난 4월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적선사 2곳이 필요하다는 해양수산부의 입장에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라며 1곳을 버릴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유 부총리의 발언은 해석에 따라 한진해운을 버린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조 회장은 5월2일 커피숍에서 만나자는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된다. 깜짝 놀란 조 회장이 이유를 묻자 김 장관은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문체부는 조 회장이 사퇴를 발표한지 6시간 만에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후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

 

현대상선은 6월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를 절감해 유동성에 숨통이 트였다. 현대상선에는 호재였지만 한진해운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8월30일 산업은행에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종료를 선언했다.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문을 닫으라는 결정이었다.

 

예상치 못한 결론이었다. 이날 증시는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결정이 나올 것을 기대해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예상치 않은 결과로 혼돈에 빠졌다. 파장도 컸다. 물류대란이 났다. 한진해운이 40년간 개척한 해운시장 상당 부분을 잃었다. 수천개 일자리도 날아갔으며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게 됐다. 3000억원이 많다며 지원을 거부하던 정부는 해운업 지원책을 내놨다.

 

이런저런 소문이 돌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내용은 추정일 뿐이다. 아직도 확정된 사실은 없다. 누가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나.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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