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은 글로벌 기업인가
본문 바로가기
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삼성은 글로벌 기업인가

by eKHonomy 2016. 11. 8.

삼성은 한국의 대표기업인가. 삼성은 세계 기업브랜드 평가에서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삼성이 현대적 경영시스템을 갖춘 글로벌 기업인지 의문이 간다. 이달 초 삼성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삼성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독일 승마전문지 보도와 최씨의 사기업인 비덱스포츠에 대한 삼성의 지원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삼성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삼성 협력업체와의 거래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어제 SBS의 보도를 보면 삼성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소재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 공동대표를 지낸 쿠이퍼스 헤센주 승마협회 경영부문 대표는 삼성 관계자와 최씨를 만나 들었다며 증언했다. 그는 삼성이 정부로부터 노조 문제 협력과 연구비 등 지원을 약속받는 대신 최씨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더욱이 자금지원 이유가 독일에 올 승마선수 가운데 정씨가 한국 대통령의 비호를 받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당시 삼성 관계자가 최씨를 만난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고 내용이 부풀려져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진위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삼성 측으로서는 명예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당시는 삼성이 한화에 4곳의 계열사를 매각해 노조에서 반발하던 때였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 문제로 시끄러웠던 시기이기도 하다. 결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 찬성표를 던졌고, 삼성은 무난히 합병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보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지난 주말 많은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해 정씨의 입학 특혜 의혹에 “금수저면 대학도 그냥 가고 출석을 안 해도 학점을 인정받느냐”며 분노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인물을 위해 삼성이 수백억원을 지원키로 했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일이다. 기업들이 정권에 돈을 대고 이권을 챙기는 유착관계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정권의 강요에 의한 팔목 비틀기의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이들은 사실 정경유착의 공범일 뿐이다.

 

삼성은 정권과의 뒷거래에 자주 등장했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대선 비자금 사건 때 250억원을 정권에 기탁해 현대그룹과 함께 가장 많은 기탁금액을 기록했다. 1995년 11월 기업들은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정경유착 단절 선언을 했으나 그때뿐이었다.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때는 300억원을 지원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삼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뛰어난 실적만큼 사회적 평판이 좋은 기업은 아니었다. 새로 삼성을 맡은 이 부회장은 과거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삼성이 과거의 굴레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불행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