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 핵심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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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경제시평

공공기관 개혁? 핵심이 빠졌다

by eKHonomy 2014. 2. 11.

공공기관 개혁이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공공기관이 정부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있고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눈총도 받고 있으니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간단치가 않다. 총 297개 공공기관마다 특성이 다 다른데, 어찌 한 가지 진단과 처방으로 되겠는가. 그럼에도 연일 이어지는 대통령의 불호령에 정부는 밀어붙일 수밖에 없고, 공공부문 노조는 경영평가 및 임단협 거부라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익히 보아온 장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 책임자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솔직히 고민이다. 이른바 진보진영의 관성대로 정부를 비판하고 노조에 우호적인 의견을 내면 ‘무난’하겠지만, 이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진보의 금기에 도전함으로써 진보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보수를 비판하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나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강박관념이다. 요컨대, 정부도 노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해답은 디테일에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민영화가 공공기관 개혁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바이지만, 진보진영 일각의 ‘민영화 괴담’(?) 논리만으로 개혁 요구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경제적·기술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민영화를 해야 할 경우도 있겠고, 공공성 유지를 위해 공적 소유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과다부채 및 방만경영 해소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은 개개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해법이 요구된다.


다만, 재벌개혁 문제에 집중해온 나의 일면적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정부의 대책과 노조의 대응에서 공히 공백으로 남겨진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개혁이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지 않고 어떻게 정부가 개혁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투명성·책임성 제고의 제도화 없이 어떻게 개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해 노조는 노동자 경영참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뼈를 깎는 자기혁신 없이 어떻게 경영참여의 전제가 되는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무릇 공공기관 개혁의 성패는 노·사·정 관계에 달려 있다. 정부와 노조가 힘으로 부딪치면,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 먼저 자기 문제를 교정하는 쪽이 공공기관 개혁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와 노조가 해야 할 과제 몇 가지를 제시한다.



공공기관 노조 기자회견(출처 :경향DB)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공운법 8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정·해제, 임원 선임·해임, 경영 공시·평가 등의 막강한 권한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부여되어 있는데, 그 민간위원들은 몽땅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고무도장 역할을 면치 못한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간명한 방법은 일정 수 위원의 추천권을 국회에 주는 것이다. 국회를 믿어서가 아니다. 이질적 인사가 포함됨으로써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는 길을 여는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변b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공운법 35조를 보면, 상법상 이사의 의무 및 책임이 공공기관 임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법령 위반이나 임무해태로 손해를 끼친 경우 배상책임이 따른다. 다만, 민간기업과는 달리 책임을 물을 주주가 없으니, 기재부 장관 또는 주무기관장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과다부채나 방만경영으로 문제가 되는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가 그 임원에게 소송을 내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노조에 ‘말발’이 선다. 나아가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낙하산들이 긴장한다.


노조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깨닫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중의 하나로, 임단협의 효력을 비정규직을 포함한 비조합원에게도 (단계적으로) 확장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물론 조합원의 희생이 전제가 된다. 그럼에도 노조 조직률 10%, 협약 적용률 10%에 머무는 한국 노동운동의 굴레를 공공부문 노조가 선도적으로 깨고 나감으로써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를 끌어안을 때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달걀은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밖에서 깨면 프라이밖에 안된다”고 현오석 부총리가 이야기했단다. 아무리 힘 빠진 부총리의 말이라지만,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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