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융위, 더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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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제윤경의 안티재테크

공정위·금융위, 더 싸워라

by eKHonomy 2012. 7. 22.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고래싸움에 금융소비자 알권리 늘어난다


지난 한 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눈부신 활약’으로 인한 은행·증권사의 수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약관의 문제가 터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의 약관은 한마디로 깡패 수준이다. 무려 36개 조항이 불공정한 것으로 드러났고 40개 조항 또한 공정위 권고에 따라 자진 시정했다고 한다. 특히 불공정하다는 표현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은 ‘전산 장애 혹은 자동이체 업무와 관련해 은행의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고객의 이의제기를 금지한’ 조항이다. 


 고객의 이의제기를 금지한다는 표현에서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다. 이의제기라는 것이 은행의 의지로 제기할 수도 혹은 금지할 수도 있는 성질의 것인가. 은행이 소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은행 거래에서 약관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결과에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지적받은 약관 조항 중 ‘저축예금 만기가 되면 은행이 고객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반예금 등 다른 상품으로 자동 전환할 수 있게 한’ 내용이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가입하는 일상적인 예·적금 상품과 관련해서도 소비자들에게 불편한 약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제시하는 이런 저런 서류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한다는 서명은 한 듯 하나 약관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교부를 받지 못했다. 혹은 일일이 따져보고 약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식의 이의제기를 할 수도 없다. 신용정보 제공 동의서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위한 듯 하나 약관에 대한 동의 여부는 그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이미 일방적인 강요일 뿐이다. 상품 가입에 따른 강제적인 통과의례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세히 읽어볼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물론 약관 내용에 따라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취사 선택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상품마다 은행마다 좋은 것을 베끼기보다 안 좋은 것을 서로 닮아가거나 적극적으로 담합을 하는 관행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 경향DB)


지난주에 드러난 은행의 CD금리 담합이 결정적인 증거이다. 은행들은 펄쩍 뛰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담합에 대해 자진신고한 금융회사가 있다고 하니 억울함에 동의하기 어렵다. 또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3개월간 꿈쩍하지 않던 CD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도 담합의 증거로 보인다. 가계와 기업에 공급한 원화 대출 중 30%가량이 CD에 연동된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CD금리 담합으로 인한 금융 소비자들의 부당한 손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선진국에서는 기업들의 담합행위를 범죄로 간주한다. 특히 금융권의 금리 담합 사건은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의 속성상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은행권은 이런 이유로 공정위의 이번 조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우려된다며 협박에 가까운 뻔뻔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런 우려 때문에 금융권의 담합행위를 덮을 수는 없다. 금융시스템에서 유지되어야 할 신뢰는 금융회사들 스스로의 윤리로 만들어져야 한다.


일부 은행권에서는 공정위가 금융위와의 파워 게임을 하느라 자신들만 새우등 터진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금융소비자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금융위가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소극적인 반면 금융회사들 감싸기에 급급하는 등 금융감독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공정위와 제대로 된 금융감독을 경쟁한다면 금융소비자로서는 이전보다 소비자 권리가 높아질 것이라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만들어질 금융소비자보호원도 금융위 산하에 만들어질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감독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위와 금융위,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각각 독립된 위상과 권위로 감독 경쟁을 벌여야 시장 질서가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그동안 보수 경제학자들이 말한 자유시장경제 논리에도 걸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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