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 변혁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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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전성인 칼럼

금융감독당국 변혁 ‘레시피’

by eKHonomy 2013. 10. 16.

오늘(17일)은 금융위 국감날이다. 내일은 금감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동양그룹 사태를 두고 국회의원과 감독당국자 간에 건곤일척의 싸움이 예정돼 있다. 아마도 국감장 여기저기에서 어떻게든 국감장에 들어가려는 성난 투자자들과 국회 경비직원 간에 옥신각신하는 광경도 있을지 모른다.


정무위 국감이 이처럼 국민들의 관심 대상이 되기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론스타 도주 사건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그때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오늘과 내일의 국감이 어찌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공무원, 올 국감도 대거 국회로 (출처 :경향DB)

보나마나 금융위원장은 궤변을 늘어놓거나 금감원장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고,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에게 미루거나 때로는 금융위가 제도를 마련해 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노라고 버틸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책상만 치고는 금융피해를 보전해주는 특혜성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고, 금융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서 그런 무식한 발언을 하느냐는 투로 점잖게 국회의원을 나무란다. 그리고 저녁때는 서로 즐겁게 밥을 먹을 것이다. 밖에서는 투자자들이 목이 쉬어라 외치고.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를 이대로 흘려보내고 나면, 몇 년 뒤 또다시 푸닥거리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꿔야 한다.


우선 금융위가 누리는 성역을 타파해야 한다. 이제까지 수십번의 금융사고가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다친’ 금융관료는 단 한명도 없다. 환란의 주범이라던 윤증현은 장관을 몇 번씩 하고 “나는 행복한 관료”라고 자찬하며 공직을 마감했다. 론스타를 탈출시킨 김석동은 멀쩡하고, 추경호는 승진해서 아직도 이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저축은행 규제완화는 금융위 공무원들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징계는커녕 꿀밤조차 맞은 적이 없다. 이번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판매와 관련해서도 규정 재개정은 엄연히 금융위 권한이다. 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 못한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동안 금융사고의 모든 유탄은 금감원의 국장들이 맞았다. 그들이 억울하다는 것은 아니다. 똑바로 못했다. 툭하면 규정 탓을 하지만 규정이 잘못됐다고 금융위에 제대로 대들지도 못했다. 그러나 “폼나는 일은 내가 하고, 사고 터지면 네가 매 맞는” 현재의 구조는 금융사고 방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는 이미 ‘더러운 공생관계’가 정착해 있는 것이다. 관료는 피감기관 우두머리로 가고, 졸개들은 피감기관 감사 자리 얻는 것이 그것이다.


감사원도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 감사원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사원도 꿀맛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감사원 퇴직자 중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감사원이 이런 꿀맛을 누리는 가장 쉬운 길은 금감원 팔을 비트는 것이다. 여기도 공생관계가 싹트고 있다.


시민단체 동양그룹사태관련 금융감독 감사청구 (출처 :연합뉴스)


세상을 바꾸자. 언제까지 금감원 앞에서 항의하고 국감장 찾아가서 외치기만 할 것인가. 레시피는 다 알고 있고,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만 하면 된다. 노파심에 레시피를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위를 해체하자. 금융위 공무원은 기획재정부로 가거나 금감원으로 가거나 옷을 벗는다. 둘째, 금감원을 둘로 쪼개자. 건전성 감독 담당하는 건전성감독원과 시장감시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하는 시장감독원이 그것이다. 쌍봉형으로 하자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소심하게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만 떼어내자고 하지만, 이번 동양그룹 사태는 그것이 얼마나 불완전한 해결책인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장성 상품인 CP 때문에 투자자가 울고 있는데, 증권선물에 대한 감독은 그대로 금감원에 남겨둔다면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겠는가. 그런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동양그룹 CP로 월급을 주자. 


셋째, 나쁜 짓을 저지른 금융회사 대주주에게는 주식처분 명령을 내리자. 금융투자자 울리는 대주주에게 금융기관을 계속 맡겨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동양증권 주식으로 월급을 주자. 넷째, 재벌그룹이 금융기관을 이용해 장난치면 계열분리 명령을 내리자. 이번에도 동양그룹은 동양증권-동양파이낸셜대부-(주)동양 및 동양레저로 이어지는 출자 고리를 이용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금융기관을 이용해서 계열회사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금산법 제24조는 어디로 갔는가.


마지막으로, 금융감독당국의 직무유기로 금융소비자가 손해를 보거나 손해가 확대되면 국가가 해당 손해를 배상해 주고 감독자에게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으로 일과성 특혜성 입법만 주장할 것인가. 국가배상법을 개정하거나, 금융소비자보호법에 해당 조문을 집어넣자. 책상을 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가 된 당사자를 자르고, 앞으로 문제가 또 생기지 않게 세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정무위 국감을 지켜보자.


전성인 |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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