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테킬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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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테킬라 효과’

by eKHonomy 2015. 8. 27.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주가 폭락, 미국의 금리 인상 가시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데다 일부 신흥국들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되는 불안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외환위기라는 원죄(original sin)가 있다. 국내 경제가 튼튼하더라도 국제거래에 통용되는 외화를 충분히 보유하지 못하면 부도위기에 몰리는 것이 국제 금융시장의 속성이다. 지난 1994년 멕시코 외환사정 악화로 발생한 경제위기가 브라질 등 남미 신흥시장 전반으로 번졌는데, 이를 테킬라 효과(tequila effect)라고 한다. 멕시코 위스키인 테킬라에서 유래한 이 말은 취약한 국제 경제심리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 경제 여건이 불안한 국가 중심으로 전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생했으나, 테킬라 효과로 인해 한국 등 신흥국으로 급속히 확산된 바 있다.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퍼지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외환이나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얼마 전 일부 외신에서 모건스탠리 보고서(8월14일자)를 인용해 우리나라를 10대 불안국가(troubled 10)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보고서에서는 10대 불안국가라는 용어가 쓰인 적이 없고 최근 모건스탠리가 대외 채무를 기준으로 브라질 등 9개 취약국가를 선정했으나, 우리나라는 포함돼 있지 않다. 기본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수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현황_경향DB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은 과거 두차례 위기를 극복하면서 크게 호전됐다. 첫째, 금년 6월까지 4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비해 흑자규모가 8배 이상 늘어났고, 37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세계 6위)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70%까지 치솟았던 단기외채비율도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예방인출제도(PCL) 도입 등 국제금융 안전망도 크게 확충됐다.

둘째, 은행 외화유동성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의 현금성 외화자산은 3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를 갚고도 남는 수준이다. 외화유동성 리스크 관리능력도 제고돼 만기 불일치, 환변동 위험이 외화유동성비율, 포지션 관리 등을 통해 적절히 관리되고 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지만 스와프시장 등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 차례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제도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선물환포지션 한도 등 3대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해 과도한 선물환 거래와 단기차입, 외화유출입의 변동성 축소를 위한 제도 기반을 이미 마련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기적으로 불안 상황이 반복된다.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시장가격을 재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중국의 주가 폭락 등도 단기급등과 고도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여건, 위기대처 능력 등을 감안하면 최근의 시장불안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건실한 경제기초 및 외화보유액은 금융시장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벽이다. 금융회사는 외화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스트레스 상황 대처능력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화의 국제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패닉현상의 전염효과(contagion effect)나 테킬라 효과가 반복되는 것을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 대외건전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양현근 |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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