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승용차와 대용량 가전제품에 붙는 개별소비세율을 낮추고,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대규모 할인행사를 유도하는 등의 소비 활성화 대책을 어제 내놨다. 소비 침체가 심각해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지 않자 한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 0.3%로 사실상 정체 상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3%)보다 크게 낮았다.
소비가 감소한 원인은 가계에 쓸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정체한 상황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 탓에 가계부채는 1130조원으로 불어났다. 빚 갚기에 허덕이느라 소비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저성장과 고령화를 우려해 소비가 위축되는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소비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췄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없었다. 세율을 낮추고 물건값을 깎아줘도 부자들만 지갑을 열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자동차와 가전은 국내 소비가 사실상 포화 상태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기록한다. 골프장 이용료를 낮춰도 서민은 이용할 수 없다. 이번 소비 활성화 대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대증요법이다.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한국 GDP 성장률 추이 _경향DB
내수를 살리는 근본적인 방법은 관광과 보건·의료, 금융, 유통, 통신 등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연평균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보다 10% 적은 하루 4시간 반의 여가시간은 대부분 TV 보기나 낮잠으로 보낸다. 돈이 있더라도 쓸 곳과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수출 제조업 중심의 경제 운용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최근 중국발 충격에 한국 경제가 크게 휘둘리는 모습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 주도형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GDP 상승률이 0.1%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여전히 성장률 제고에만 매달리는 것 같다. 경제 체질 개선과 서비스산업 발전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 과제다. 하지만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위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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