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티 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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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고]시티 택스

by eKHonomy 2014. 10. 30.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직전에 열린 아시아·유럽 민간포럼(AEPF)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며칠 머문 적이 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면서 계산서를 보니 매일 5유로씩 나흘 동안 ‘시티 택스’, 현지 말로는 숙박세(tassa soggiorno)란 명목으로 총 20유로가 부과돼 있었다. 말하자면 약 2만7000원을 밀라노 재정에 기여한 셈이다.

관광산업이 전체 국민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탈리아의 경우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시티 택스를 거둔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대부분 도시에서 시티 택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미국 뉴욕이나 텍사스에서도 호텔세(Hotel Occupancy Tax)란 이름으로 시티 택스를 받고 있다.

시티 택스는 기본적으로 지자체에서 부과하는 것이기에 부과 금액이나 산정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기본적으로 그것은 인(人)·박(泊)·급(級)에 따라 정해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호텔 등 모든 숙박업소에 숙박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일종의 인두세 개념으로 1인당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삼으면 4인 모두가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 미성년자는 면제될 수도 있다. 다음 기준은 숙박 횟수다. 체류하는 숙박일수만큼 납부하는데, 이 또한 어떤 일수 이상, 예컨대 15일 넘게 숙박할 경우에는 면제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티 택스는 숙박업소의 등급에 따라 3성급 호텔이 2유로를 내면 5성급 호텔은 그보다 더 많이 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같은 이탈리아라 하더라도 호텔 등급에 따라 시티 택스는 1유로에서 7유로까지 도시마다 상이하다.

반면 2014년 1월부터 시티 택스를 도입한 독일 베를린에서는 순 방값의 5%를, 그리고 2013년 12월20일자로 시행된 뉴욕의 호텔세는 5.875%로 아예 그 세율이 정해져 있다. 방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파리 역시 최소 0.2유로, 최대 1.5유로로 되어 있는 현행 시티 택스의 최대치를 베를린, 로마, 브뤼셀 등에 맞춰 무려 8유로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현재 프랑스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무튼 시티 택스를 통해 확보된 세수를 공공 교통망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카지노 등에 대한 과세에 열성을 다 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출처 : 경향DB)


관광지는 일종의 이른바 ‘위치재’다. 그것이 놓인 장소로부터 그 경제적 가치가 파생된다는 말이다. 시선을 돌려 제주도를 한번 보자. 제주 관광객 연 1000만명,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시대가 왔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라는 위치재로부터 나온 편익은 그럼 무엇일까, 쉽게 말해 지역 주민들에게 좋아진 게 무엇일까. 좋아진 건 없고 그 반대라는 게 제주도민들의 말이다. 몰려든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교통체증, 쓰레기 등 환경오염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차이나 머니 유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다수 지역 서민들은 손가락만 빨 처지다. 확산되고 있는 혐중(嫌中) 정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고 할 때, 만일 300만명에 대해 5달러 정도의 시티 택스를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이 중에는 무박 일정으로 거쳐가는 관광객도 없지 않겠지만, 2박을 기준으로 보자면 약 3000만달러, 대략 300억원 정도의 추가 세수가 확보되는 셈이다. 특히 시범실시 지자체로 제주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제주도의 경우 도지사가 현 지방세법상 정해져 있는 “도세 및 시·군세의 세목을 제주특별자치도세의 세목으로 부과·징수”(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72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발 조건이 여타 시·도보다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서 시티 택스의 도입을 위해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면 국회 협의를 거쳐 나서면 될 일이라고 본다. 담뱃값 인상 등 온통 세수확보 전쟁이다. 시티 택스는 그러나 다수 서민의 허리띠를 조르지 않아도 가능한 그나마 손쉬운 정책수단이자 글로벌 스탠더드라 하겠다.


이해영 |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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