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서민주거 안정 대책을 새로 내놨다. 이사철을 맞아 전세 물량 품귀 현상에다 전세가격이 이상 급등세를 보이자 서둘러 마련한 대책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월세 대출을 처음 도입하고 보증금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게 주된 골자다. 정부 관계자는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 전환은 자연스러운 시장구조 변화”라며 “인위적인 개입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을 용인하고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번 대책은 전세에서 밀려난 월세 세입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업 준비생에게 2년 치 월세(최대 720만원)를 대출해주기로 한 것은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월세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연간 수혜자가 7000명에 그쳐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은 있다. 현재 2%로 빌려주는 보증부 월세의 보증금 대출 금리를 액수에 따라 1~2%로 차등해서 깎아주는 것도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빚을 싸게 얻어줄 테니 오른 월세를 부담하라고 한들 세입자 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게 정부 대책의 한계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 발표로 서울에서 가장 큰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 일대의 모습 (출처 : 경향DB)
말이 전세대책이지 전세난 해법은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토지주택공사가 집을 사거나 빌려 세놓는 매입임대 물량을 올해 3000가구 늘리겠다는 게 유일한 공급 확대 방안이다. 그나마 매입임대는 다가구·다세대에 한정돼 있어 아파트 수요가 많은 전세난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월세 전환을 용인하겠다는 것은 전세 품귀를 부추길 수 있다. 전세 공급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전셋집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싸게 빌려주겠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서울의 전세가율이 70%를 웃돌며 16년 만에 최고치다. 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내년에는 서울에서만 5만8000가구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몰려 있어 당분간 해결될 기미도 없다. 빚 얻어 집 사면 전세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풀리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전세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5%에 불과한 공공임대 물량을 대폭 늘려 공급난을 해소해야 한다.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도 대안의 하나다. 빚잔치로 전세난을 풀겠다는 발상이 계속되는 한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온라인 경제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고]시티 택스 (0) | 2014.10.30 |
---|---|
[사설]미국 출구전략 대응 너무 느슨한 것 아닌가 (0) | 2014.10.30 |
[사설]기업환경 세계 5위인데 아직도 규제 타령이라니 (0) | 2014.10.29 |
[사설]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안 일방 강행 안된다 (0) | 2014.10.27 |
[사설]빌 게이츠가 극찬한 벤처 모뉴엘의 몰락 (0) | 2014.10.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