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푸는 정책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6년 만에 종료됐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실행한 비전통적 정책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된 셈이다. 돈줄을 죄기 시작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돈줄을 푸는 엇박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양적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이 선택한 통화정책이다. 기준금리를 초저금리 상태로 내렸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세 차례에 걸쳐 4조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내 시중에 풀었다. 미국 경제의 본 실력은 이제부터 서서히 드러나겠지만 현재까지의 지표는 나쁘지 않다. 금융위기 직후 마이너스 5%까지 갔던 성장률은 플러스 2%대로 돌아섰고, 실업률도 10% 안팎에서 6%대 이하로 낮아졌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금리 인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상당 기간’ 초저금리 기조 유지를 얘기하고 있지만 “지표가 고용 및 인플레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하면 금리 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중반부터 금리 인상 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다.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끝마친 연준 역사상 첫 여성 의장인 재닛 옐런. (출처 : 경향DB)
한국 경제가 신흥국 가운데서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국의 출구전략 시동은 예사로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고질적 내수 침체에 글로벌 경기둔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또 다른 부담이 될 게 뻔하다. 당장 금리 차이로 돈벌이를 해 온 해외자금의 이탈 우려가 크다. 미국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의 금리도 올라가면 저금리로 빚을 한껏 늘린 가계는 극한 상황에 처할 게 뻔하다. 정부는 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조차 임계점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돈 푸는 정책의 수혜가 부자들에게 집중되면서 양극화만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도 양적완화로 인한 미국의 양극화를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출구전략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 따위의 뻔한 분석과 대응이 아닌 경제환경 변화에 맞는 지속가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빚 내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은 거둬들이고, 경제 체질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불평등과 저출산·고령화 같은 문제 해법은 물론이고 대기업에 예속된 경제 고리를 풀지 못하면 아무리 경제를 성장시켜도 국민 행복은 남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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