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미국 LA항에서 출발한 21만t급 자율운항선박이 태평양을 지나 부산신항 제5부두로 들어온다. 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 배에 실린 컨테이너 1만5000개는 무인 원격 크레인으로 들려 하역장에 내려진다. 예상 소요시간은 23시간.
장면 2. 제주 추자도 앞바다에 가두리양식장이 있다. 이 양식장 안에는 15개의 폐쇄회로(CC)TV, 300개의 센서와 10개의 먹이공급기가 달려 있다. CCTV와 센서로 수온, 물고기의 행동 패턴과 크기, 중량을 감지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자동으로 관리한다. 적정량의 먹이를 자동으로 배급하고, 출하 시기를 어업인에게 알려준다.
해양수산부의 비전인 ‘스마트 해양수산 선도국가’가 보여줄 새로운 바다의 모습이다. 이런 미래 모습은 어떻게 가능할까. 핵심은 바로 4차 산업혁명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은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라 불리는 핵심기술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생산·서비스 방면의 혁신을 뜻한다. 즉 기존 산업을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신기술과 융합시켜 방대한 정보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유통 과정을 혁신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미 다른 해양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양수산업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롤스로이스가 2017년에 세계 최초로 선박의 원격조종 시범운항에 성공했고, 원격조종조차 필요 없는 완전 무인 자율운항선박을 2030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먼바다의 플랜트에서 양식업을 운영할 수 있는 첨단 양식 시스템을 만들어 활용 중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11월 ‘해양수산 스마트화 추진 전략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 전략은 외부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해양수산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토론을 거쳐 도출한 9개 핵심과제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세계 해운물류시장을 재편할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추진한다. 스스로 항해에 나서 화물을 옮기는 자율운항선박은 침체에 빠진 우리 해운업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2030년까지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50% 점유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6년엔 우리 기술로 만든 자율운항선박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율운항선박을 지원할 ‘똑똑한 항만’인 지능형 항만도 올해 개발에 나선다.
영세하고, 전통산업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는 양식업을 혁신시킬 스마트양식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 양식장의 절반 이상을 스마트양식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태풍·해양 오염 등 바다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예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12시간 이상에서 4시간 이하로 단축하는 과제도 추진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비접촉 자동화를 추구하는 해양수산업 분야의 스마트화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명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정부와 업계가 합심한다면 우리는 스마트 해양수산이 선도하는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문성혁 |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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