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금융계 우병우’ 그리고 낙하산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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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기자메모]‘금융계 우병우’ 그리고 낙하산 폐해

by eKHonomy 2017. 2. 16.

‘금융계의 우병우, 만사정통, 청와대 핫라인….’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하나같이 ‘정찬우를 통하면 금융권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정 이사장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부터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에는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정착을 도운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특검에서 두 차례나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또 있다. 바로 ‘낙하산 인사’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통상 후보자 공모부터 최종 결정까지 2~3개월 걸리지만, 정 이사장은 불과 20일도 안돼 일사천리로 됐다. 무소불위 권력과 속전속결형 거래소 이사장 선임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이란 데 있다.

 

하지만 정권 실세는 그 정권과 운명을 함께한다.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부터 정 이사장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말이 돌았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번지면서 시한부 이사장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더 많아졌다. 지주사 전환이나 기업공개 등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획은 많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 이사장이 추진하기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중추적 자리인 거래소 이사장에 계속 낙하산 인사가 앉아왔다는 사실이다.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한 이후 5대인 정 이사장까지 모두 관료 출신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총회는 거치지만 사실상 추인은 금융위와 정치권에서 하다보니 시장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 되고 거래소의 중립성·독립성 임무마저 상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나는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고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특검 수사에 따라 정 이사장의 공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희망보다는 한숨 소리가 크게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낙하산이 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폐단의 극명한 사례다. 거래소에 더 이상 낙하산 관행이 계속되어선 안된다.

 

이성희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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