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개혁 위한 상법 개정에 왜 주춤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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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제칼럼

[사설]재벌개혁 위한 상법 개정에 왜 주춤거리나

by eKHonomy 2017. 2. 2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재벌개혁 필요성이 확인되었지만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담은 상법 개정안 처리가 재계의 반발로 주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입법 예고단계까지 갔다가 재계와 보수세력의 반발로 개정이 무산된 2013년의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과 전자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다. 이들 개정안은 총수의 전횡 방지,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것들로 전속고발권 폐지나 집단소송제 도입 등과 더불어 재벌개혁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사안들이다. 국회는 지난 9일 상법 개정안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어떤 내용을 포함할지를 놓고 여야 간 의견차를 보여왔다. 그 틈을 타 재계와 보수세력은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들이 해외 투기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전방위적 반대 여론을 펼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개정 추진을 색깔론으로 매도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측에 430억원대의 뇌물을 준 혐의로 17일 구속수감됐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재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정치권이 의견차가 적은 다중대표소송과 전자투표제를 우선 처리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대주주로부터 독립하도록 감사위원을 별도 선임하는 것이고,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 집중투표하는 제도로 상법 개정안의 핵심에 해당한다. 사외이사가 지배주주의 이해에 따라 선출돼 본래의 기능을 못하고, 감사위원도 독립성 부족으로 경영상의 문제가 제기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의 민낯은 이미 생생히 드러난 터다. 설사 대통령의 압력이 있었다 해도 최순실 모녀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걸러지지 않은 것은 총수의 결정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황제경영이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같이 왜곡된 기업 규율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치다. 그럼에도 개정안의 처리를 미루는 것은 재벌개혁에 대한 시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 문제의 핵심이 투명한 소유·지배구조라는 점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2월 국회는 재벌개혁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개혁법안 처리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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