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2.6%에서 2.8%로 올렸다. 8분기째 연속 0%대 성장률을 벗어나 올해 2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1.0%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그동안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3.44포인트(2.93%) 급등한 1877.60을 기록했다.
김 총재의 낙관적 경기전망이 증시를 끌어올린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한국 증시를 상승시킨 것은 태평양 건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다. “상당한 수준의 경기 확장적 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이 당분간 필요하다”는 한마디가 호재로 작용했다. “한은만큼 성장률 전망을 잘할 수 있는 곳은 없다”는 김 총재의 자신감 있는 전망에 대해 시장은 “지나치게 경기를 낙관하는 것 아니냐”며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여건을 제대로 반영했느냐는 비아냥도 섞여 있었다.
생각에 잠긴 김중수 총재 (경향DB)
한국 금융시장은 김 총재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장황하고 난해한 수사로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비판마저 나올 정도이니 ‘김중수 효과’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경제전망도 ‘장밋빛 전망’으로 폄훼하려는 심리가 엿보인다. 자신이 좇는 수익에 걸림돌이 된다면 얼마든지 중앙은행의 권위에 도전하는 게 시장의 생리이다.
김 총재의 자신감과 시장의 우려 중 어느 쪽이 맞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개 속에서 길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해야 할 한은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실은 서글프다.
김 총재는 ‘MB 낙하산’ 굴레에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금리를 제때 올리지 못해 물가불안을 초래했다는 ‘금리인상 실기론’이 원죄처럼 따라다닌다. 김 총재가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시장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것도 서글픈 대목이다.
박재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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