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환 경제부 기자
론스타가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전달하자 정부는 관련 부처를 모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한국 정부가 체결한 81개의 투자보장협정과 7개의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포함돼 있고 머지않아 1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재와 관련된 업무가 급증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정부는 다수의 협정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법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이 문제를 푸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정부가 ‘민주주의에 대한 기업의 도전’이라는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정당성을 원점에서부터 따져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특수한 제도를 포함한 협정이 개정되기 전까진 다국적기업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키울 수밖에 없다. 론스타가 제기한 국제중재에 임하면서 외교부는 물론이고 법무부, 정부법무공단 등의 법률 인력이 참여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FTA 등 국제통상협약 및 분쟁 해결에 대한 종합 법률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2008년 정부법무공단을 출범시켰다. 외국 로펌의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날 것이므로 국제법 자문 기능을 공단으로 집중시키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법무공단은 이번 태스크포스에서 제외됐고, 민간 로펌인 태평양 등이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정부법무공단의 변호사 정원이 40명으로 제한돼 있고 공단 내에 국제중재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정부법무공단도 태스크포스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적 국제 연구소인 ‘초국적 연구소(TNI)’ 등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국제중재 1건당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800만달러(약 87억원)이며 대형 로펌은 변호사 1명에게 시간당 1000달러를 지불한다. 국제중재가 태평양, 세종과 같은 대형 로펌의 밥그릇만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국제중재의 경험을 정부 내에 축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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